Take 0 ('04.2.27~'08.11)/畵 (화)

M - 두번째이야기 (2008.01.20)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39
M - 이명세감독 (두번째 이야기)


1. 기억

금기라는 것은 그 시대에 한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일까? 예로 이것 저것 하지 말라는 금기를 넘어서곤 하는 사람들은 인구에 회자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이든 간에...
영화에서는 이런 금기가 있다. 왼쪽으로 움직인 카메라가 다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혹은 그 반대로 오른쪽으로 움직인 카메라가 왼쪽으로 다시 훑으며 가는 것. 금기라고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굳이 한번 지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와보여주는 게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을게 당연하다.

M은 이연희가 커피숍에서 강동원을 바라보는 장면에서(거의 첫 장면이었던 거 같은데..) 수차례 좌우로 카메라를 움직인다. 물론 테이크가 하나는 아니지만 하나인 것처럼 봐줬으면 하면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한다. ^^
그것이 '기억'에 대한 이명세의 생각이 아닌가 싶다. - 하지 말라는 것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그런 것?
하나의 테이크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테이크라는 것, 절대불변의 사실이 저쪽 자리에 앉아있는 듯하지만 머리속의 인식은 언제 껌뻑껌뻑한다는 것.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움직일때마다 다른 표정,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연희처럼.. 동일한 사건을 기억하는 데도 시간에 따라, 관점에 따라 기억하는 사건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 일에 후회를 하기도 하고, 지난 일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지금의 관점으로, 입장으로 과거를 바라보니, 실제로는 언제나 그대로인 팩터가 언.제.나. 다른 사.건.으로 기억된다.
어렸을 적 기억의 힘을 믿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나 가끔 생각을 한다.



2. 유리
강동원과 공효진이 신혼살림을 하는 공간은 유리로 만든 성 같다. 거실과 주방도 서재도 모두 유리로 칸이 나누어져있다. 매우 인상적인 인테리어다.

유리는 참 다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유리를 경계로 양쪽이 모두 밝을 때는 모든 사물을 투영시키지만, 두 공간이 균형이 깨진때는 한쪽의 사물을 반사시킨다. 다시 말하자면, 밝을때는 상대와의 소통를 가능하게 하지만 어두울때는 한쪽을 고립된 공간으로 만든다. 고립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소통의 대상이 다른 것뿐인 셈이다. 밝을 때는 타인과 주변과 소통을 하고 고립된 공간에서는 자신과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유난히 극단적으로 음,양을 표현한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겠다. 물론 다른 이유, 그러니까... 이승과 저승.. 혹은 이연희와 강동원의 경계로서 음,양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국 M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유리, 거울의 이미지는 소통의 이야기를 하는 셈이다. 그것이 자신과의 소통이던, 타인과의 소통이던 간에...



3. 사건과 소통의 부재 
남녀 주인공은 과거에 공통된 사건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에 따라 변하기 마련. 소통의 부재는 그 기억이 더욱 멀어지게 한다.
타인과도, 스스로와도 원활히 소통하지 못했던 기억의 조각이, 어떤 식으로 새롭게 구성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결국 첫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인 셈이다. 단절된 누군가의 기억은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을까, 혹은 그 기억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결국 사랑에 대한 기억은 그런 것 같다. 사랑했던 사실은 변할 수 없는 팩터겠지만, 그 기억은 사랑이 끝난 후에도 계속 자란다고... 그것이 진실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던 시절이 아닌, 새롭게 자라난 그 사람만이 나의 기억속에는 살아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기억은 현재를 기준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픽션인 셈이다.
내 말이 지나치게 엉뚱하지 않다면... - 옛날에 듣던 어떤 노래의 가사인데, 한때는 후렴구처럼 농담처럼 즐겨하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