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너는 내운명 - 박진표 감독 (2005.10.10)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00

 
너는 내운명 - 박진표 감독

영화를 본지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 요즘엔 몇 줄 쓰는 것조차 어찌나 귀찮은지...

이제는 본 사람도 많을 듯하고, 관련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무성하다. 실제 주인공들의 삶은 어떠어떠한데 영화에서는 이러이러하다는 둥.. 감독이, 혹은 제작자가 사기를 친다는 둥.. - 대부분 새로 생긴 옐로우 매체에서 한번 떠보려고 작정하고 쓰는 기사로 보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사실 최근에 인터넷에 오르는 기사나 덧글에 대한 짜증이 극에 올라와 있어 좀 민감한 건 사실이다.^^)


영화이야기를 해야지.. 자꾸 짜증나는 어떤 이야길 하려고 그런다.. 흠.. 영화가 어땠는가 하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포스터 파일을 다운 받으며 새삼 포스터를 유심히 바라봤다.

유난히 내 눈을 끌었던 것들.
영화사 봄 10번째 작품. 각본/감독 박진표. 전도연... 황정민.. (전도연에 비하면 황정민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제는 메이저 영화사의 냄새가 나는 우노필름(현 싸이더스)의 90년대 같은 느낌이 '영화사봄'에서 느껴진다. 작지만 힘이 있는 영화. 적당히 실험적이기도 하지만 일단 재미를 놓치는 경우는 드문... 벌써 10번째 작품이란다.. 그렇다고 지금 싸이더스가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는 만들지 않던 류의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는... 그래서 좀.. 돈이 아까울때도 있다는..^^ 그 뿐이다.


전작에서도 눈에 띄는 소재를 가지고 나오더니 이번에도 역시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나온 박감독. 작가가 소재를 선택할때는 선택한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 전작도, 이번작도 사람들이 없을 거라는 것을 가지고 '에~~ 이래도 없냐~~'라고 말을 한다. 전에는 '죽어도 좋아'라더니 이번엔 '너는 내운명'이란다. 그러고 보면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는 건지도..^^

일전에 '연애의 목적' 시사회 인터뷰에서 리포터가 김지운 감독에게 영화가 어떠냐고, 저런 사랑은 어떠냐고 묻자 김지운 감독 왈, '허진호 감독 안왔어? 왜 그걸(사랑을) 나한테 물어~~'라고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아직 허감독의 반대편에 세울수는 없겠지만 좀더 깊어지면 혹, 세울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두 사람은 '봄날은 간다'를 보러간다. 그리고는 똑같은 말을 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해유~~', '아저씨~ 모두 변해요. 변하지 않는 건 없어요.', '그래도 아니에요. 난 안 변해유~~'

어쩌면 허감독은 리얼 사랑이야기를 하는 셈이고, 박감독은 판타지 사랑이야기를 하는 셈일지도... 아니, 보는 사람에 따라 어느 쪽이 리얼이냐는 다를수도 있겠다.

박감독의 영화에는 조금 위험한 요인이 있다. 이전의 영화에서도 실제로 연세가 많은 비전문 배우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간 우리가 '그런건 없어..'라고 말하던 것에 반기를 들더니, 이번에도 실제에 바탕을 둔 픽션으로 또다시 '그런건 없어..'라고 말하던 것을 '있을수도 있을까..'라고 재고하게 만들어버렸다. 
이것이 어떤 역사나 어떤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면 좀더 꼼꼼히 따질 문제겠지만, 저런 사랑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이 좋을 것은 없으나 나쁠 것도 없으니.. 뭐.. 사실은 사랑을 아직 잘 모르겠어서..^^

어쩌면 영원한 사랑이나 지고지순한 사랑을 믿게 만드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내가 더 위험한 인간인지...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질 만큼의 확률이겠지만, 폭력영화의 영향으로 사람죽였다는 신문사설처럼, 순수한 사랑영화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이 더 깊이, 영원히 사랑하게 됐다는 신문사설도 나오면 재밌긴하겠다.


전도연..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사람들이 참 많이 한다. 물론 잘 했다.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만한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근데 나는 본의 아니게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거의 다 봤던 까닭에, 이미 좋아하는 배우 리스트의 매우 높은 순위에 올라가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그렇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 배우가 인기가 있는지, 감독은 어떤 생각으로 저 배우를 선택하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프라하의 연인'도 꽤나 열심히 본다. 전도연 때문에..^^

이전에 참 싫어하던 습관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렇다고 그 습관이 없어져서 좋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작게라도 그 습관은 남아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내가 보지 못하던 것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면,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일지도..^^

어찌되었든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