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미치고 싶을때 - 파티 아킨 감독 (2006.02.22)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09



미치고 싶을때(Gegen die Wand /Head on) - 파티 아킨 감독 

2004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

사람들이 내가 영화를 무지하게 많이 보는 지 알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극장에서 말고는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DVD를 사기도 하지만 사놓고 본건, '나비'라는 문승욱감독의 영화 한편뿐이다. 나머지는 이미 극장에서 본 것들인데 언젠가, 이 다음에 내가 아주 늙어서 꺼내보려고 모아둔 거라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무지하게 특이하게도, DVD도 아니고 비디오도 아니고 파일을 다운받은 것(이건 불법이지.. 이런건 안 한다..흠흠.)도 아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VOD서비스 해주는 것을 봤다.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이 처음이었고, 이게 두번째가 아닌가 싶다. - 그러고 보니 거미숲도 할말이 많은데.. 못했네..

말그대로 미.칠. 것 같아서 봤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니 좀 낫더라. 영화가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이런 영화를 볼 사람이 많지 않으니 줄거리도 대충 이야기해도 되겠지..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 막상 쓰려니 귀찮네.. 정~ 궁금하면 검색해보면 될텐데..ㅋㅋ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자살미수로 병원에서 만난다. 여주인공은 단지 터키인이라는 이유로 거두절미하고 결혼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결혼을 해야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찌어찌하여 계약결혼을 하게 된다.. 부부가 되고 한 집에 살기는 하되, 섹스는 각자 밖에서 해결하고 다니는 관계가 된다. 그러던 중... 말이 씨가 된다고, 사람들에게 남편이네, 부인이네.. 하다 보니 진짜 좋아지기 시작하는데.. 관계를 가지면 진짜 부부가 될까 두려워 서로 피하게 되던 중에...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오고... 확인은 했으나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뭐.. 그런... - 아.. 힘들다. ^^

뭐.. 보기에 따라서 진짜 미친 것들의 이야기라고 볼수도 있겠고, 내 이야기네.. 하는 사람도 있겠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내 이야기네.. 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사랑안에서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걸 안다면, 모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도 나는 저렇게는 사랑 안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으리라..
산다는 게 가끔은 깊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깊게 생각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고, 방법이 없는 문제는 깊게 생각해도 방법이 없는 거다. 시간이 흘러 없던 방법이 생기는 경우가 때로 발생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해결법이 없는게 해결되는 경우는 없다. 이건 소수n를 1과 자신n을 제외한 수로 나눠보겠다고, 백날 나눠봐도 나눠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는 거다.

한편으로(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데), 깊게 생각하고 살면 짧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매번 상처받으며 산다.

역학적으로 보면 내가 누군가를 때리면, 내 손이나 맞은 얼굴이나 똑같은 충격을 받는게 맞다. 
살아가면서 상처를 주고 받는 것도 기본적으로 이것과 같다. 상처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똑같이 아프다. 돌아서는 사람이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나 똑같이 힘들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정도가 같다는 조건이 충족되면...
 
하지만 대부분 상처를 주는 쪽은, 돌아서는 쪽은 반대의 경우만큼 상대를 배려하지 않기때문에 덜 아픈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심각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세상에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은 별로 없으니 믿어도 좋다.

짧게 생각하고 먼저 돌아서기. 그게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거짓말처럼 똑같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듯 보여진다.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진실을 담고 있을때 더 멋진 법. 이 영화는 그래서 멋지다.
암울한 환타지 같은 이 영화에서 진실성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까발려대면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진실은 다 이야기한 셈인...

멋지다. 그래서 DVD를 사려고 찾아봤는데 배송을 진짜 해주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쇼핑몰에만 재고가 있다고 나온다. 이걸 믿고 사.. 말아.. 하다 아직 지르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어서 조용히 서재에 앉아서 본다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할듯한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을 맡은 두 사람의 매력에 폭~ 빠져서 봤는데..

특히, 여주인공을 맞은 시벨 케킬리는 무척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단순히 적역이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이게 데뷰작이라면... - 물론 다른 종류의 영화를 찍긴했다고 하던데.. 그런건 연기란 게 별거 없으니까..

영상, 연기, 각본... 등등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영화다.
필름으로 보면 어땠을까 퍽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게으름을 피고, 극장에 가지 않았던 스스로에 대해 반성도 하고.. 그래도 지금이라도 봤으니 됐다 싶기도 하고..

사랑이야기로써도 훌륭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면들도 있는데 오늘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같아서 그만 쓰는 편이 좋을 듯하다.

오랫동안 머리에 맴도는 영화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