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해변의 여인 - 홍상수 감독 (2006.09.05)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15

 
해변의 여인 -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는 평을 듣고 조금 고개를 갸우뚱했다.
홍감독의 영화중에 가장 대중적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그런 말을 듣는 것일까에 대해 궁금했다. 홍감독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매우 재미나고 즐겁게 봤던 터라 대중적이라는 말에 더 민감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김기덕 감독과 괴물에 대한 논란을 보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김기덕 감독 영화는 몇 편 보지 않았다. 더구나 극장에서는 한편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영화가 싫어서인 것은 분명 아닌데... 하긴 극장 가서 보지 않았으면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좀 애매하긴 하다. 더구나 김 감독의 영화는 중간에 끌 수 있다면 잠시 쉬었다보자..하는 생각이 왕왕 나는 영화인지라 극장에서 보는게 더 좋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재미나고 개성적이긴 하다만 불편하고 힘든 것도 사실이다. 홍 감독처럼 찌질이 같은 남녀가 나오는 것이라면 그래도 봐줄만 할텐데.. 번번이 너무 과격해서.. - 이런 면에서 보면 두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확연히 구별이 된다. 김 감독의 인물이 할 말은 하며 스트롱하고 스트레이트하다면, 홍 감독의 인물들은 주변만 맴돌고 지리멸렬하고 찌질한 느낌이 강하다. 말하다 보니 찌질한게 딱 맞는거 같아..ㅋㅋ  그런데 그 찌질한 군상들을 보는게 훨 즐거우니 어쩌겠누..

가장 대중적이란 말은 맞는 것 같다. 꽤 친절하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니 이전의 영화들에 비하면 참 친철하고 대중적이다. 주고 받는 대사도 너무 좋고 웃기고.. 난 참 내내 즐거웠는데.. 그래서 혼자 키득키득 거리며 봤는데..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무도 안 웃었다. 아~~ 이러면 참 곤란한데.. 홍 감독 영화보며 혼자 웃다 보면, 찌질이 마음은 찌질이가 알아준다고, 나만 찌질이 된거 같아서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나이를 먹을 수록 서해가 좋다는 대사는 일면 맞는 말인 것 같다. 간만의 차가 큰 것도 그렇고, 검은 빛 갯벌의 분위기도 그렇고, 서해의 탁한 빛깔도 그렇고... 서해가 좋다는 것을 어려서는 당췌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고.. 사실 저런 것이 좋아지기도 했다.. 너무 파란 바다를 보면 - 혹은, 너무나 깨끗한 무엇을 보면 - 가끔 숨막히게 부담스러울 때가 있기도 하다는..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아마도 극장전부터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긴, 뭐 항상 조금씩 변했다고 해도 할말은 없겠다.^^ 고현정이 영화 말미에 홍 감독을 대변하듯 말하지.. 나는 반복같은 것은 안해요.ㅋㅋ 꽤 흥미진진한 대사...

영화를 보고 왔는데 홍 감독의 영화는 자기 영화라고 주장하는 친구녀석이 자기 버리고 보고 왔다고 징징대서 어쩌면 한번 더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 말이 나와서 말인데, 홍 감독과 아는 사이는 아닌데, 꼭 그 녀석하고 똑같은 녀석이 홍 감독 영화에는 나온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 똑같은 짓을 하는 누군가가 나오더라..ㅋㅋ

아무튼 대중적인 홍상수라고 해도, 홍상수는 홍상수다.

이번 영화에서도 술,술,술.. 더구나 이번엔 배경이 해변이다. 회와 술.. 보는 내내 술 생각하며 봤네. 결국 그날 저녁, 자기 버리고 혼자 영화보고 왔다고 징징대는 녀석과 회에 술한잔 했다. 항상 그랬듯, 함께 홍 감독 영화를 봤다면 아마 두배는 더 마셨을 듯..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 요즘 술마시는 거 너무 힘들어..

머리 속의 강렬한 이미지와 싸우던 김승우는 서울로 올라가 찍고 싶은 영화를 찍었을까? 그래서 찍은게 해변의 여인일까? ㅋㅋㅋ 아니면... 다음 편에 계속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