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동방의 햄릿 - 극단 노뜰 (20040501)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1:19
동방의햄릿  동방의 햄릿 (극단 노뜰 / 연출 원영오)

동방의 햄릿.. 제목이 좀..^^ 이란 생각을 하며 공연을 보러 갔다.
연극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매우 파격적이라고 할만한...
연극을 본후 서핑을 해보니 실험극. 이라는 소개의 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것이 이해가 되는..

햄릿이라는 사전 이야기 없이 본다면 매우 낯설게 느껴질 만한 연극이었다. 어떤 면에서 양정웅 혹은 극단 여행자의 연극과 닮아있다. (두 극단의 연극은 각각 한편씩만 봤음..ㅎㅎ 말같지 않더라도 참아달라는 말이지~~)

일단은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심지어는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만 대사로 한다고 할 정도로.. 이미지가 중요한 요소이다.
또, 주로 충분히 대중에 알려진 텍스트를 대상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다. - 창작극이 있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창작극이라면 이런식의 이미지 중심으로 극을 진행시킨다는것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아마도 얼마전에 내한공연한 캐나다 4D ART '아니마'같지 않았을까..(자금의 압박으로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평이 그리 좋지 않았다.) -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텍스트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스토리에 대한 부담을 비교적 덜 가지고 모든 역량을 이미지에 올인할 수 있으리라...

동방의 햄릿의 경우에는 이미지 이외에 과감한 생략으로 인해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시작하는듯 끝나버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였다. 이런 느낌은 단순히 공연시간이 짧아서 일지도 모를 일이나, 초기의 낯설음을 넘어서 보는 이에게 깊이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감한 생략으로 인해 - 심지어는 오필리어레어티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 유우부단의 대명사격인 햄릿의 갈등이라던가 심리적 묘사는 구체화되지 못하고 - 혹은, 안하고 - 추상적인 이미지로만 표현된다. 더구나 그 이미지는 갈등이라기 보다는 불안감 또는 강박증에 가까워보여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햄릿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며 모든 것을 나름의 개성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개성이라기 보다 나도 동조되었다는 게 더 정확할 듯.. 아마도 오랜동안 손에 꼽히는 사랑스런 장면으로 기억될 듯 싶다.

다른 여러 장점들도 있겠지만 단지 이 장면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히 봐줄 필요가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된다.


보너스~~^^
극단 노뜰과 원영오 단장에 대한 몇가지 팁~~
극단 노뜰은 원주의 한 폐교에서 함께 공동체 삶을 하며 연극을 한다고 한다. 좋은 연극하기, 상업성에서 벗어난 연극하기의 가장 좋은 방식으로 그들이 선택한 방식이다. 공연을 제외하고는 폐교를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공동체로 어느정도 농사도 짓고 있다고 한다. 또 모든 공연의 초연은 항상 마을 어른들과 아이들이 된다고.. - 흠..너무 멋진~~ ㅎㅎ -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이들 연극의 힘은 하늘과 땅, 사람이 주는 에너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연극.. 그 원형이 살아숨쉬는 새로운 감각의 연극. 적어도 이들의 다음 공연을 보기전까지는 열혈 지지자가 될 듯 싶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들의 삶의 방식자체가 너무 좋다.. -

그래도 동방의 햄릿이라는 제목은 여전히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