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리어왕 - 연희단거리패 (20040601)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1:25

리어왕 (King Lear) - 이윤택 연출 / 연희단거리패

두달 동안 이어진 세익스피어 난장의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을 보러가기전에 리어왕이 마지막 작품이고 이윤택의 연출이라고 해서 좀 무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윤택은 현재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맞고 있고, 세익스피어 난장 공연의 총감독이다.) 더구나 이윤택의 연극을 처음 대하는 것이고, 평소에 TV에서 풍기던 이미지에서 생긴 선입견도 한몫을 한듯이 보인다.

그러나 문화 게릴라라는 그의 별칭이 왜 붙었으며, 언제든 누구든 별칭으로 불릴 때는 그 만큼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1막에서는 정통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2막에서는 이윤택의 리어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듯.. 젊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즉, 자신이 총감독으로 기획을 하면서 '원형 해체 재구'로서의 세익스피어를 내세운 것처럼 1막은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2막은 해체.. 그로 인해 새롭게 인식되는 리어왕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출자의 의도가 그렇든 그렇지 않든 연극은 재미있는 그 자체로 충분한 재미가 있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왔지만 - 솔직히 난 좀 많이 놀랬다.. 더구나 그게 이윤택이라는 이름만으로 온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러온 것 보다도 그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겁게 즐겼다는게 좀더 의아한 일이었다. 자리도 불편하고 너무 많은 관객을 받아서 좀 짜증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구나 국립극장 노천극장인 하늘극장은 차소리와 브레이크 등의 불빛으로 인해 좀 열악한 환경이란 말이다. - 이번 난장을 보면서 느낀건데 공연하는 동안 왜 차를 통제하지 않는건지 모르겠다. 경적이라도 울리면 완전 깰꺼같다. 실제로 리어왕공연중에 국립극장 맞은편 서울 클럽에서 불꽃놀이한적도 있단다. 배우들의 대사도 안들리고.. 했다는..^^ - 어쩌면 그것이 원형이 가까운 이런 형태의 연극이기에 그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래전 세익스피어가 희곡을 쓰고 연극을 무대에 올릴 무렵.. 이런 야외극장이 주를 이뤘을 것이고 숨죽이고 별을 보다 연극을 보다 대사를 듣다 노래를 듣다 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가지는 힘으로 인해 더욱 숨죽이고 몰입하게 되었던것은 아닐까..

리어왕^^리어왕을 마지막으로 이번 세익스피어 난장은 끝났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같다. 그리고 다시 이런 연극들을 볼 기회가 오면 다시 가서 볼것이다. 열악하다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불빛하나만으로 세상이 180도 달라보이고 의미가 확연히 드러나보이고 그렇지 않고 한다면... 그래도 여전히 이것이 열악한 공연인가 싶다.

이번에는 세익스피어에 대해서는 말 안 할란다. 두말하면 잔소리~~ 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며..
새삼 세익스피어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ㅋㅋ 

참, 리어왕을 열연한 전성환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두 딸에게 배신(?) 당하고 목이 메어 외치는 그 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 저러다 쓰러지시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 진짜 혼신의 연기라는 걸 본거 같다. 커튼콜에서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마치 이제 내가 다시 이런 무대에 설수있을 까 하는 느낌으로... 혹은, 박수를 치는 관객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인사하던 모습은 진짜 배우란 이런거다를 보여주는 듯 했다. (열라 멋있었다..)
"우린 모두 울면서 세상에 태어났다...우리들은 세상에 태어날 때,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나온 것을 알고 슬피우는 거야" 그는 이 대사의 의미를 나보다 적어도 몇 배, 아니 몇 십배 더 잘 아는게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