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국을 들어갔다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혹시 다시는 음반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역시 반짝이는 2집을 들고 돌아왔다.
1집의 성취가 어떻고.. 무슨 상에서 몇개 부분이 어쩌고.. 를 떠나 기대하고 들어도 좋을 법한 앨범이다.
여전히 앨범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약간은 올드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 앨범이야 말로, 마음잡고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쭉~ 들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앨범이 각 트랙간의 연관성이 있는 앨범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앨범의 구성을 느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근래에 매우 장엄한 연말시즌 타겟용 앨범을 낸 모 가수의 앨범에 비하면 단연 필청 앨범이라고 할만하다. - 앨범이 나온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건 내가 게으른 탓으로 챙기지 못한 것일뿐 아직은 생생하게 유효한 앨범이다. - 장르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른 모 가수가 갑자기 생각난 건 아마 그의 2번째 앨범도 이 앨범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그의 신작은 사람이 계속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앨범이라고 할까...)
음악도 가사도 국내의 어떤 뮤지션의 것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느낌이 난다. 솔직하게 쓴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은유적으로 우아하게 찝어대기는 쉽지 않다. 한국적인 감성은 아니란 말이다.
때론 이성적으로, 때론 위협적으로 빈정거리는 듯한 태도가 듣는 사람에게 멈칫.하게 만드는 경향이 생길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검정치마가 즐거운 건 그런 이유에서다. 가사를 쪼개 몇 단락으로 보면.. 여기에도 저기에도 적용할 법한 은유인데, 곡 전체를 듣게 되면 이 친구는 어떤 걸 이야기 하고 싶은건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한 곡을 들으며 A라는 상황과 B라는 사람과 C라는 환경에 대해 무엇인가를 자극하는 키를 던져준다는 것. 그러나 그는 A도, B도, C도 관심이 없는 듯 흘러간다는...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한데, 보편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음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놨는데...
Rock에서 가사를 빼고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싶다. - 음악을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도 요즘엔 재미가 없기도 하고... ㅡ.ㅡ
어찌되었든, 뮤지션의 싹이 보이는 사람들의 두번째 앨범은 언제나 중요하다.
첫 앨범이 누를 수 없어 터져나오는 재능을 보여준 것 이라면, 두번째에서는 그가 대체 어디로 갈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아 언제나 흥미롭다.
검정치마의 2집은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더욱 궁금해야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앨범이다.
흥미롭고 많은 은유를 담은 가사에 잘 다듬어진 멜로디. 편곡. 말 그대로 깔끔한 느낌이다. 징징거리지도 않고, 감정을 긁어내려고 폼 잡지 않고, 담담하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고독하게.. - 사실 이 뉘앙스가 검정치마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편곡을 하고, 어떻게 멜로디를 풀어내도 고독하게 들린다는 것. 이런 면에서 '날씨'에서 나오는 허밍은 압권이다. 매우 유려하고 경쾌한 멜로디의 흥얼거림... 조금이라도 다운됐던 마음이 있었다면 어느새 업!! 될 것 같은.. 하지만 반복될수록 점점 고독하게 들린다는.. 결국 눈물 똑. 한방울 떨어뜨려야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된다는..
자잘하게 공감가는 것들을 적자니 너무 길것 같고...
하나만 더... '외아들'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언제부턴가 내 주위엔 형제가 많네.나는 외아들인데.'
내 말이... 아니, 이 사람들이 나를 언제 봤다고 편하게 형이라 부르라는거냐~~ 편하긴 뭐가 편한데.. 난 잘 알지도 못하는 후배가 나한테 형님..형님 거리는 것도 듣기 싫다고..
내가 항상 하는 말 있잖아.. 그럴거면 그냥 다 친구하자고... ㅋㅋ 그건 싫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