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송환 - 김동원감독 (2004.04.23)

에메랄드파도 2009. 1. 3. 00:47
송환  송환

처음 생각으로는 무겁고 심심하고 뻔한 휴먼 다큐이지 않을까 했다.
그래도 인구에 회자되니 한번 봐야지.. - 한편으로는 근래 들어 다큐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많아져서...ㅋㅋ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대이상이었다. - 한마디로 말하기이긴 하지만 이거 너무 약한데..ㅎㅎㅎ -

무겁기만 할 듯했던 이야기는 사이사이 들어가는 간첩할아버지들의 인간적인 면모들로 웃지 않을 수 없고.. 또 그만큼 울지 않을 수 없게 하고.. - 근래에 이렇게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본 영화는, 소설은, 연극은... 없었다. 아니..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라고 하자.. 그게 더 정확할 듯... 처음 시작하자마자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줄곧 이어진다.. - 이것이 이 영화의 강점. 어떻게 첫씬에서부터 그러냐.. 좀 너무한거 아냐..

마냥 인간적이고 선량해보이기까지하던 할아버지들이 납북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는 '어~~ 그래도 간첩은 간첩이었나보네..'라는... 하하하 - 좋게 생각해서 그랬다는거다.

그 장면만 봐도 그 분들의 세상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어려운 시간을 넘어가는것은 이성이 아니라는거... 극한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논리가 될 수 없다는 거... 감성이 - 좀더 쉽게 말하자면 오기라고 해야할까.. - 어려운 시간을, 극한을 넘어가는 유일한 힘이라는.. - 이런 이유로 사랑이란 것도 쉽게 정리가 안되는 거지.. 논리로 이성으로는 스스로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그럼에도 여전히 서있던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는거.. -

이 분들이 북으로 가고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시는지, 건강하긴 하신지.. 이런 것을 정확하게 알수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겠지.. 왜 우리는 그런 것을 알아볼 수 없을까? 그나마 김동원감독이 북한을 방문했다면 좀더 객관적인 모습을 알수 있으련만 왜 그리 자신이 없는 걸까.. 김동원감독이 북한에 가서 찍어오는 비디오가 그렇게 무서웠나.. 아니면 그렇게하는 것이 가진것을 유지하는 방법중에 하나라고 오래전부터 대를 이어 뼈에 각인이 되도록 배운 이유일까...퉷!

아마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손자를 보면 우리 집에 빨갱이가 있다~~며 한숨을 쉬실지도 모를 일.


많은 사람들이 그 분들의 의견이나 사상에 동의해서 친구가 되고 함께 길을 걸었던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분들은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자유의지를 꺾지 않고 사신 것만으로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으실만한 분들이었다고 생각된다. 고문은 커녕 가만히 두기만해도 수시로 자신의 의지를 꺾고 타협하고 편한길, 능률적인 길만 찾아다닌 가벼운 걸음걸음이 새삼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참 거대하다는 느낌이든다. 등장인물이 많아서도, 스케일이 커서도 아니다. 그 분들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것이 마치 두꺼운 잠언집을 읽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서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곱씹고 되새김을 할수록 또 다른 맛이 나는.. 그래서 그 깊이를 알수없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이며, 오랜만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 다시 한번 영화관을 찾아야 할 영화같다. - 예전에 우리나라 영화가 지금 같지 않던 시절에 항상 지키던 룰이었다. 좋은 한국영화를 보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넘만 데리고 가서 영화 다시 보기. 그게 내가 즐기는 한국영화를 오래오래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음..  이번에는 자진 납세하는 사람이 나와도 좋을거 같은데.. 지원자~~ 손들어봐.. 누가갈래..^^


P.S. 근래에 봤던 한국영화중에 단연 돋보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