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기는 몇 시니?(What time is it there?) - 차이밍량 감독
얼마전에 있었던 대만 뉴웨이브 영화제에서 본 영화.
보는 사람에 따라 따분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을텐데 나와 차이밍량 감독은 비교적 잘 맞는 편이다.
그래서 재밌어한다.
그런 이유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영화도 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갈등없이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만 세편을 봤다. - 그 중에 하나는 단편.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다시 보게 된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인지라 간단히 시놉시스를 이야기하자면..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어머니와 사는 남자 주인공(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은 육교에서 시계 좌판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 시계 좌판에서 한 여자가 시계를 구입하는데 다음날 파리로 유학을 간다면서 굳이 남자 주인공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사고 싶다고 팔라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계를 구해주겠다고 하다 결국 시간이 부족한 이유로 자신의 시계를 여자에게 팔게된다.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남자주인공은 어느 날부터 시내에 있는 시계를 파리 시간으로 바꾸는 일(?), 장난(?)을 한다.
뭐.. 거의 모든 줄거리를 이야기한 것 같다. ^^
얼핏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스쳐지나간 인연찾기 같은 멜로를 생각할수도 있을 테지만... 차이밍량이 괜히 차이밍량이겠는가.
사랑보다는 혼자 도시에서 살면서 혹은, 도시가 아니라도 인간이 지니게 되는 당연한 고독감, 외로움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장소와 시간이 돌고 돌면서 순환하듯 여전히 각자 외롭고 고독하면서도 서로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영화에 이어 본 천교는 보이지 않는다 (The skywalk is gone)는 연장선에 있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도시에 돌아온 듯한 여자 주인공은 없어진 육교를 찾고, 또 그 육교 위에서 시계를 팔던 남자를 찾는다. 이제는 시계장사를 접은 남자는 포르노배우가 되는 테스트를 받고.. 서로 스쳐지나가지만 여자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짧은 에필로그 같은 단편이었다.
좀 어렸을 때라면 너무 비관적인 에필로그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이야기가.. 사족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이야기가 별 거부반응없이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이 정도 이야기는 그냥 고개 끄덕임으로 넘어가 줄 수 있는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