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 감독 (2005.08.05)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2:51


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 감독

박찬욱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계속해서 성공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이것은 이번 영화를 볼때 가장 궁금한 것이었을 지도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이 조금은 친절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대중의 지지도 받고 싶었는 지 모를일이다. 물론 다른 우리나라 영화에 비해 잔혹해 보이는 장면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 전의 박감독 영화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은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은 항상 변해가지만 또 그렇게 쉽게 변할수는 없는 것도 사람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해는.. 달이 꾸는 꿈', '삼인조'와 같은 영화와는 매우 다른 영화를 만들어내는 듯한 착각을 할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같은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이제 스타일이, 시각적인 현란함이, 그로테스크한 미장센이 시퀜스 사이사이의 간극을 메워 얼핏보면 그 사이의 균열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뿐이라는...

그는 여전히 모호하게만 이야기하고, 분명하고 확실한 지향점을 향해서 가지 않는다.
주제에 가까워지는 듯하면 어느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무거워지는 듯하면 말장난이 끼어든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주제의식이 강열한 영화가 좋고, 그런 영화를 봤으면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영화를 보다보면 혹시 난사되는 이야기처럼 그의 머리속에서도 모든 이야기가 파편화되어 난사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는 비교적 그 생각의 파편이 덜 튀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는 듯한 느낌이, 그 전 영화들은 너무 튀어 이게 대체 뭐냐~~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절한 금자씨'는 딱 그 중간에 서있는 것같다. 이야기만 놓고 본다면..
전체 영화를 놓고 보면 이제는 이야기가 아무리 파편화되어도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테크닉을 확실하게 알아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예전같으면 쌩뚱맞게 넘어가서 당황하게 만들었을만한 두 시퀜스를 적절한 기술적인 요령을 통해 부담없게 느끼도록 붙여버린다. 물론 이번 영화에 이런 장면이 유독 많았다는 건 아니다. 그냥 있을 만큼 있었다.

무엇이든 많이 하면, 오래하면 기술적인 것은 해결이 된다.

사람은 항상 변해가지만 또 그렇게 쉽게 변할수는 없는 것 역시 사람이다.


이제 복수 3부작이 끝났다고 하니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난 스타일이 좋은 사람이 좋다. 눈만 좋다고 스타일이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이해가 바탕에 깔려야 비로소 스타일이 완성되는 거니까..

나의 이야기를 언제나 이렇게 왔다갔다 한다. 파편화된 작은 이야기들이 매끄럽지 않게 연결되듯... 스킬이 부족하다. 모호하지만 한가지 주제로 가는 척 해야 하는데.. 싫다고 그랬다 좋다고 그랬다.. 흠.. 요령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