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 마이클 베이 감독
오염된 세상을 피해 격리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중에 일정한 기간을 일하고, 선택받은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자유의 땅(아일랜드)으로 갈 자격이 주어지고, 사람들은 아일랜드로 가는 장밋빛 희망을 갖고 밀폐된 작은 도시에서 살아간다.
밀폐된 작은 도시에서 엄격한 규율속에 정해진 일을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간군상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은유처럼 영화는 시작된다. 마치 젊어서 은퇴하기. 빠른 경제적 자유 획득하기. 에 경도되어 살아가는 현재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처럼... 대부분 반복된 일상에 만족하며 나에게도 로또의 행운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희망은 그저 희망일뿐 (이건 어쩌면 나의 희망이었을 지도 모른다. 새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와주지는 않을까하는..), 현실불가능한 일이라도 되는 듯.. 매우 간단하게 아일랜드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 후로는 스테레오 타입의 블록버스터로 변신한다. 이때부터 SF는 사라지고 액션 영화에 가까워진다.
나름대로 괜찮은 CG와 많은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더이상 생각할 것은 주인공인데 설마 죽겠어.. 라는 생각뿐이다. 이렇게 되겠지.. 하면 딱, 그렇게 되어 주어 한치의 배신감도 들지 않게 진행되는 이야기.
그저 돌아가는 화면에 눈만 맡기면 모든 걱정도, 근심도 없을 해피 타임.
이완 맥그리거의 불안한 눈빛도, 가끔 지나가 울쩍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천진하지만 음흉한 웃음도 한번 볼 수 없는...
스칼렛 요한슨의 지적인 느낌도, 차가운 듯 다정한 눈빛도 현란한 화면 속에 찾을 수 없는...
내가 참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지만, 두 배우의 표정은,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내가 이런 류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그리 나쁠 것도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단, 그렇게 죽인 시간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만큼 바쁜 일이 없고 한가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무겁지 않고 머리도 쓰지 않으며 보고 나면 참 유쾌한 영화 한편이 그립다. 지금 나에겐 이런 영화가 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