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외출 - 허진호 감독 (2005.09.10)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2:57


외출 - 허진호 감독

최근에 다시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 새삼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외출을 개봉했다.

원래 말이 많은 감독은 아니였지만, 이전 작품에 비해 대사가 매우 적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대사가 적은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는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주어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하긴 저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말이 많은 것도 매우 이상했으리라...
주인공들의 감정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대사보다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기에 따라 싱겁게 느낄정도로 커다란 감정의 변화없이 진행되는 듯 보이는 것도 대사 보다는 카메라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서 인듯 싶다.

두 주인공의 아픔은 충분히 뭍어나지만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허기야 저런 상황에서 깊이 갈등하고 그럴 문제도 아니고, 감정적으로 갈등하기에는 두 사람은 나이가 좀 있다.
젊었을 때였다면 참 싱겁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나도 저런 무덤덤한 느낌이 흐르는 것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었나보다.  

새삼 사랑의 얼굴은 참 여러가지고 알수도 없다는 당연한 생각을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거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배용준의 부인이 배용준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궁금한거 없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미 남편이 모든 것을 알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을 텐데, 마치 고해성사를 하고 면죄부를 받겠다는 당당함으로 자신의 불륜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란다. 그렇게 하면 마음은 편해지겠지. 그것으로 깨지던, 남편이 홀로 마음속에 안고 가던 자신은 면죄부를 받아 편안해지겠지.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 이렇게 까지 잔인해질수도 있는 게 사랑인가보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보다. 심지어는 이렇게 잔인하게 굴어도 이해한다고 말해주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말을 했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배짱 내지는 몰염치는 있어야 바람도 피는 모양이라고...
그 말을 들은 누군가가 말했다.

"그 남자가 그런 이야기, 그런 짓를 받아줄거라는 거 아니까 그 사람과 결혼한 거겠지."
일을 저지르고 참, 대단하게 군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던 나를 한방에 넘겨버렸다.
그 사람이 받아줄거라는 거 아니까 말썽핀다고... 막해도 옆에 있을 거 아니까 막한다고..
 
이래서 누구와든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한다. 미친 짓하면 마음 아프다는 느낌없이 바로 병원으로 보낼 수 있게.. 당신, OUT이야. 하며 탁탁 털어버리고 돌아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