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사랑을 놓치다 - 추창민 감독 (2006.02.06)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04



사랑을 놓치다 - 추창민 감독 

별로 관심이 없었던 영화.
단지 제목이 주는 감정은 좀 다르다 싶기만 했었는데, 설경구가 멜로를 한다는 것도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고, 송윤아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이유라면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예고편을 보다가 보기로 결정했다.
눈을 확 잡아 끄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인데...

영화는 마파도를 감독한 사람의 두번째 영화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10년이 넘도록 말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혹은, 사랑 앞에서 머뭇대기.

예전에는 사랑앞에서 머뭇대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머뭇댈수있나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사람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벌어질것이 뻔한 일인데...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저러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추창민 감독은 배우들로 하여금 알아서 연기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보인다. (여기서 '알아서 연기하게 한다'는 건, 이쁨 받는 녀석은 이쁜 짓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 이쁜 짓하니 더 관심이 가고, 관심가져주니 더더 이쁜 짓하게 되고... - 당연한 말인데, 이쁜 짓 못해서 이쁨받지 못하고는 세상 원망하는 사람도 꽤 되더라... 풋, 쌩뚱맞다!)
마파도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렇다.
주변 배경과 배우가 너무나 잘 붙어서 하나처럼 느껴지게 한다.
감독 스스로는 배경을 잘 찾아서, 배우들조차 그런 연기를 보이는 거라고 하던데... 쉽게 말하자면, 멍석을 잘 깔아서 성공한거라는..


장항선이 마을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 참...
그가 마을을 떠났듯, 나도 가지 않는 곳이 있다.
처음엔 갈일이 있더라도 도저히 갈수가 없어서, 그 다음엔 습관이 되어서...
그래선지 우연히라도 만날수가 없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영화를 보러가려고 고르던 중, 몇몇 영화는 아예 빼버리고 생각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그게 꽤 비슷해보여서 피식~ 웃었다.


연수 : 뭐라고 해야겠는데... 고맙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고마워요... 잘 해주셔서
상식 : 잘 해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눈치가 진짜 없는 경우와 사람이 좀 못된 경우로 나뉜다.
연수야 눈치가 없는 쪽으로 보는게 맞는 것 같긴한데, 혹 그런 경우라도 눈치가 없어서.. 라는 말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좋아하는 마음이란게 아무리 봄바람처럼 약하게 살랑살랑 분다고 해도, 뺨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을 느끼지 못했을리 있나. 정도의 차이일뿐, 모르는 척하는 것이지. 저 사람은 진짜 착한 사람인가보구나.. 라고 애써 착한 사람을 만드는 것뿐이지. - 단, 천칭자리 여자는 예외로 하자.^^
 

터미널 위에서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는 장면은 너무 좋았다. 아주 평범하다고 볼수도 있는 장면인데, 무엇인가 뭍어나는 느낌이었다. 

파도의 출렁임없이, 노젓는 대로 소리도 없이 스스슥~~ 조정도 시간다툼만 아니라면 즐겁지 않을까.
이런 온몸으로 느끼는 부드러움은 잔잔한 물위에서 노 저을 때와 잘 깔린 아스팔트위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탈때 뿐인 것 같다. - 음, 생각해보니 얼음위에서 스케이트가 더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한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난다.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인라인타러 가곤 했었는데, 그것도 잊고 산지 오래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김연우 (사랑을 놓치다 OST)

...
...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수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OST를 듣다 문득 생각났다.
영화에서 실연하고 술마시고 소주병 깨서 죽으려는 우재를 보면서 생각났던..


사람은 죽을 기회가 왔을때 죽어야한다. 이제 비겁하게 사는게 너무 익숙해져, 죽을 수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