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괴물 - 봉준호 감독 (2006.09.10)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16


괴물 (1) - 봉준호 감독

어떤 이유에서건 괴물은 올해 최고의 영화다.
작품의 완성도에서든, 영화로 인하여 발생된 각종 담론에서든, 수많은 안주거리 생산에서든... - 아, 안주거리 생산에서는 아니다. '해변의 여인'과 박빙의 승부이나 조금 밀릴지도 모르겠다... 술 안주로 홍상수 감독 영화를 이길 영화가 또 있을까.

영화를 보고서 꽤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여전히 하루에 한번 정도는 괴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하루에 한번 정도는 다시 생각해본다.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 잘들 살아.'라는 영화시작하고 세번째 씬에서 사장의 대사가 영~ 개운하지 않다. 전체 이야기와 전혀 상관이 없어서 도드라져보이는 이 세번재 씬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 많은 만큼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 홍수다. 꼭 올해 장마 같다. 여기서 둑이 터져 욕이 나오기도 하고, 어디는 준비를 잘 해서 피해없이 지나기도 하고... 그렇게 비가 많이 오기 전에는 몰랐다. 어느 지자체가 치수 준비를 잘 했는지..
영화를 평한다는,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것으로 먹고 산다는 사람들의 수준차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경우 역시 이런 비상 사태뿐인가 보다. 다들 한마디씩하는 데 나도 한마디 해야겠는데, 평범하게 쓰면 아무도 안볼테니 난감했을 거라는 건 이해하지만 좀 심한 X들이 있다. 아~ 이런 X이 평이란 걸하며 먹고 살기도 하는 구나 싶기도 하고.. 그 무식하게 갈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올리는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고.. 하긴 그것도, 요즘엔 앞뒤 못가리는 것도, 누을 자리도 못찾고 다리는 뻗는 것도 '자신감'이라 하더라. 사람들이 할말이 없어서 하는 "'자신감'은 좋네~" 라는 말이 칭찬인지 아는..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

아주 오랜만에 영화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영화다. 한동안 이제 나도 나이를 먹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피 끓게 만들어주는 영화가 없어서였던 것 같다. 대략, 음~ 좋아.. 괜찮은데.. 아, 이건 뭐니.. 등등 간단한 느낌과 생각뿐이었지.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최근 영화로는 '신성일의 행방불명'정도.. - 이것도 작년 영화니까..

그런데 그건 참 궁금하다.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서로 궁금해서 머리를 대고 생각했던 문제인데... 괴물이 이렇게 히트할 영화는 아니란거다. 보고 나면 불편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며 싫어할 사람들이 꽤 많을 영환데, 대부분 좋다고 하는건 뭘까라는.. 대체 영화에서 뭘 봤길래, 분명히 싫다고 말해야하는 사람이, 평소에 하는 걸로 봐서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가 분명한 녀석이 좋다고 하는 건 뭘까라는..
언제나 허무한 결론을 내리는 봉 감독 덕에 그들에겐 위안이자, 면죄부가 됐을 듯 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조금은 우울하다. 번번히 희망은 없다는 결론이어서.. 진짜 이미 잔치는 끝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