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 김태용 감독
극장 개봉당시 그렇게 보려했건만 이런 저런 이유로 보지 못하다가 결국 이제서야 봤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것이 무지하게 아쉬운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기대보다는 훨씬 좋았다는 것.
김태용감독이 말그대로 오랜만에 찍은 영화라서 내심 기대가 있었는데, 민규동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보고 실망한 바가 있어서 조금 걱정을 했던 것도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두 사람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공동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워낙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좋아하던 사람인지라 두 감독에 대한 기대치도 꽤 있었다.
그런데 두 감독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개의 영화로 비슷한 시기에 돌아오기에 두사람의 인연도 꽤 되나 부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감독의 두 영화는 모두 우연히 얽힌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혹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이것 또한 참 재미난 인연인 듯 하다. 그래서 두 영화에는 나오는 인물도 많고 그 인물들이 이렇게 저렇게 다 얽히고 설켜있다.
그렇지만 '내 생애..'가 사랑이란 것에 대한 사탕발림이라면, '가족의 탄생'은 인간 관계에 대한 우화라고 해야할 듯 하다. 어른들을 위한 시니컬한, 하지만 뼈있는 농담이라도 좋고... 물론 이렇게 쓰레기처럼 얽히는게 어른스럽냐고 물으면 할말은 없다. 걍, 좀더 살아봐라..하는 것말고는...
아마도 '가족의 탄생'을 보면서 염두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우화이고 아주 찐한, 살이 많이 붙은 뼈있는 농담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가 조금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경향도 있다. 아니, 동화같은, 만화같은 색감이 있다고 해야할듯.. (아마도 슈퍼 16mm로 작업을 한 것도 한몫을 한 듯하다. 블로우업하면서 디지틀색보정 작업을 모두 해줘야 했다고 하니까..) 표현하는 방식도 환타지스러운 면도 없진 않고.. 그것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 면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조금은 위험할 수 있는 선택이었음에도 이야기에 걸맞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 그래서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현실을 찾아보게 됐다는 점. 역으로 (너무 싫어하는 티를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내 생애...'가 실망스러웠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상황은 그리 리얼한 상황이나 이야기가 아니건만, 표현방식은 너무 리얼해서 마치 사실처럼 보이게 한 점. 그래서 현실과 상상과 은유를 헷갈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점. 또, 그래서 자칫 세상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영화를 봤던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오해하더라는 점. - 개인적인 감상이니 '내 생애...'가 너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눈감고 지나가면 감사..
여고괴담 두번째이야기는 음악이 꽤 인상적으로 남았는데, '가족의 탄생'에서도 몇몇 음악은 아주 잘 어울린다. 영화를 보면서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잘 하지는 않는데, 진심으로 잘 어울렸다.
정작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그런 것을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사실 이야기를 하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기도 해서...^^ 인간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겠나. 더구나 등장인물이 그렇게 많은데... 몇몇 움직임, 대사, 눈빛 가지고도 전후 상황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낄 수도 있고.. 듬성듬성 몇가지 에피소드만 늘어놓은 듯 하지만 그 사이 관계의 경우의 수가 너무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라 씹을 수록 맛이 난다. 볼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원래 사람을 깊이 알수록 사랑도 깊어지고, 사람을 오래 알수록 이해도 넓어지고 하는 것 아니던가.
원래 사람을 깊이 알수록 미움도 깊어지고, 사람을 오래 알수록 오해도 많아지는 것 아니던가.
이 영화는 자꾸 보고 오래 생각할수록 미워지기도, 사랑스러워지기도 한다. 꼭! 사람처럼.. 꼭! 가족처럼..
메인 포스터는 아닌데, 위 포스터가 더 좋다.
아.. 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했네.. '연기 다 좋다..'하면 관심없어 보일라나... 근데 좋다. 다는 아니지만..^^
옆사진은 진짜 가족 증명사진같은데..^^ 플렛폼의 마지막 장면은 참 좋았다. 원래 엔딩이 아니라 오프닝인데, 귀얇은 김태용감독이 사람들 말에 엔딩으로 돌렸단다. 게자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