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가을로 - 김대승 감독 (2006.11.03)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22

 
가을로 - 김대승 감독

시사회에 초대를 받고 홍보를 담당자에게 입소문 많이 내달라는 부탁(뭐, 인사성 멘트이긴하지만..^^)까지 받고도 너무 늦게 올리게 됐다. 생각해보면 그리 바쁠일도 없건만...

김대승 감독은 이제 이름만으로 믿고 영화를 선택할만한 감독이 된 듯 하다. 작가주의 영화로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웰메이드 영화로 기대치는 언제나 기본 이상을 충족 시켜준다. 
이번 영화도 그렇다.
어찌보면 밋밋한 줄거리를 가진 영화를 잔잔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물론 그럴수있는 바탕에는 우리나라 가을의 풍경이 주는 힘이 무엇보다 크다. 또한, 임권택 감독의 오랜 연출부를 한 경험때문인지, 가을을 담아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영화를 본 다음날 나도 현우를 따라 길을 나섰으니.. ㅋㅋ (누가 보면 팔자 늘어졌다고 하겠다.) 그냥 그래보고 싶었다.. 나도 가슴에 숲을 담으면 좀 달라질까 싶은 생각에...

삼풍백화점 참사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라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이야기이다. 그것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든 없든, 충격적이고 가슴 답답하게 만드는 일인것만은 틀림없다. - 물론 멜로 영화이기때문에,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를 내가 잘못했어.. 라고 개인화 시키는 것은 어쩔수없었지만... 현우의 직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는 이성도 보여준다. - 간혹 술자리에서 두서없이 짓걸이긴 했지만, 그때 거기 가라고 하지 말것을.. 이라고 자책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너지는 건물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수있는 시스템이 문제인 것이지, 거기 가라는 말을 한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말을 바꿔보면, 억울하면 출세해야지.. 하며 출세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출세를 못하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회를 바꿀 생각을 하는 게 맞는 거라는 것이다. 물론 후자가 훨씬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적인 사고조차 지나치게 개인화 시키는 경향도 문제가 있다. - 아니, 멜로 영화 이야기하다 웬~~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다. 너무 생생해서.. 너무 아쉬워서.. 너무 아까워서..
"나 그 사람 무척 사랑했나보다.. 그래서 나 지금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에 무덤덤 할수는 없었다. - 아, 이 대사 어디서 많이 듣던.. ㅋㅋ



짧은 행복한 순간 후에, 아주 긴 생활이 이어지는 영화지만, 짧았던 순간때문에 긴 생활도 참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도 만드는 영화다. 짧았던 순간에, 혹은 행복했던 순간에 보여주는 김지수의 연기는 근래에 본 한국 여자 배우 중에 최고~~ 였다. 그동안 텔레비젼으로 보며, PC로 보며 김지수가 그렇게 매력적인지 몰랐다. 그녀에게는 스크린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매체였다보다. 시사회보고 집으로 오는 내내 '진짜 이쁘네..'를 얼마나 여러번 중얼거렸는지..ㅋㅋㅋ

원래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흘러가는가보다. 또, 그렇게 순간! 스쳐가야 행복한 추억도 오래도록 깨끗하게 기억되나보다. 영화를 본 후, 영화를 생각할 때면 매번 묘한 감정이 내 주변을 감싸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진정으로 위안 받은 느낌, 위로 받고 있는 느낌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숲의 힘이든, 영화의 힘이든, 시간의 힘이든... 어쩌면 다시 시작할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든다. 

이 가을이 지나가는 동안 만큼은 '가을로'가 내게 준 것, 제안한 것에 대해 좀더 생각을 해봐야할 듯 하다.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