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바냐아저씨(안톤 체홉) - 전훈 연출 (20040711)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1:31
바냐아저씨 바냐아저씨 - 안톤 체홉 作 / 전훈 연출 -

체홉은 예전에 단편 한두편 정도 본거 말고 기억이 없다. 물론 그것도 이제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냥 봤었다~~ 정도라고나 할까..^^

이번 바냐아저씨 공연은 '체홉 4대 장막전'이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한다. '체홉 4대 장막전' 한 연출가의 연출로 1년에 4편, 3달에 한편씩 무대에 올리겠다는 프로젝트. 이렇게 되면 연출가가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할테고...

전훈씨의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서 이름은 들은 적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매우 보고 싶었던것도 사실이었고..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정통 연극을 본거 같은 느낌!!

어쩌면 국립극단이기에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에 '인생차압'이란 연극을 보고도 한번 언급한적이 있었지만 경륜이 묻어나는 연기자의 연기에 가끔은 숨이 턱턱 막힌다.

연출자의 말로는 연출도 무대도 그저 연기자를 도와주는 정도가 되는 연극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도 무대도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연기자들의 앙상블이라~~ ^^ 극이 재미없더라도 연기를 보는것만으로, 앙상블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했다~~

아는 사람들이 다 알듯, 나는 너무 리얼리즘 경향의 작품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체홉의 작품은 리얼리즘이 강한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대단히 부담을 가지고 갔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험하는 셈치자..했던것이 새삼 새로운 재미로 왔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순수한 연극의 힘을 본것같은 느낌이었다. 최근에 계속 장식이 많은 연극을 봐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연극은 내가 원하는 결론을 주는 것은 아니였지만 - 아니.. 오히려 원하진 않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위치에서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들어 주었을지도.. - 세상을 사는것에 대한 당연하지만 잘 모르는 흐름같은것을 느끼게 해줬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세상을 물 흘러가듯 산다고 할때 말하는 그 흐름같은.. - 아직 젊어서인지, 내 습성인지 나는 아직도 여전히 이런 말을 대단히 싫어하지만.. - 하긴 그러고 보니 요즘 '봄여름가을겨울'이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전태관이 말하듯 "인생, 뭐 별거 있어요~~"를 자주 입에 올리는 걸보면 나도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오랫동안 마지막 4막의 장면들이 머리를 맴돌것 같다. 과연 내게도 그런 삶이 유효한 삶이 될수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국립극단에서 공연하는 작품을 보면 그 정열이... 아직도 여전한 그 태도가 언제나 부러웠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아닌 다른 것들이 부러워졌다...^^ 어쩌면 그 동안 나이먹는 세대를 바라보는 꽤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건 아니었나 싶었다. (사실 난 그런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자칫하면 국립극단 형님들 팬이 될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