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冊 (책)

목마와 숙녀 - 박인환 (20050113)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47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나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갑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뜸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예전에 내가 모시던(?) 이사님께서 술한잔 하시면 항상 읊조리시던 시...

솔직히 그때는 잘 몰랐다. 그저 아~~ 술드셨다는 신호구나..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분이 특히 좋아하시던 부분을 중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때 느낌이란... 나이를 넘어 세상살이의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이제는 알때도 된 모양이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

겨울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속에서 목메어 운다..




근데 말이야..
배경음악관련 긴급공지를 보면서 좀 기분이 나빴다. 물론 난 저작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입장이고, 또 당연히 창작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CD를 산다. 실제로 CD플레이어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는 CD를 사서 그 CD를 통해 음악을 듣는데까지 한달이 걸린 경우도 있다. 한번 듣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은 경우도 있고... 왜냐고? 이미 앨범에 있는 노래 다 알거든... 컴에 mp3로 다 있거든.. 진심으로 다시 이런 앨범을 내주렴~~의 의미로 구매한거다.

그런데 말이다..

노래는 물론이고 가사까지도.. 라는 문장이 아주 빈정상하게 하더라는거다. 그럼 배경음악 팔듯 가사도 팔거냐? 난 가사만 인용하고 싶단 말이지.. 그런 사람들을 위해 가사만 팔거냐는거다. 배경음악이 500원이면 가사는 100원인가? 아~~ 둘은 패키지라서 일괄구매해야한다? 푸헐~~

그럼 다시 물어볼까?

목마와 숙녀를 올리고 싶은 사람을 위해 시 한편에 500원.. 해서 팔거냐? A소설에서 3줄인용하는데 300원..이렇게 팔거냐? 이건 가사가 아니라고? 그럼 문학을 혹은, 순수 예술을 창작하는 창작자는 저작권을 포기해야만 하는거냐? 누가 그들의 창작물은 함부로 인용하라고 허락했는가?

음악과 문학이 다른 면이 있다는건 인정하겠지만, 가사까지도~~라고 말하니까 죽어도 배경음악구매는 안 할것이며 MP3는 되도록 불법으로 다운받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긴다. 배경음악 팔아볼라고 환장한 것처럼 보일뿐이다.

농담이다.. 진짜 하루키 소설 세줄에 300원~~ 은희경 소설도 있어여~~ 하면서 김밥 팔 듯 팔려고 하지마라.. 농담이라니까..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