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음악

유영석 - 20주년 기념 앨범

에메랄드파도 2010. 1. 7. 03:02

아마도 9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유영석의 노래 하나 정도는 부를 줄 알 것 같다. 
굳이 부를 줄 알거라는 건, 그만큼 많이 즐겨 따라 부르기에 적당했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푸른하늘'과 '화이트' 시절을 굳이 나눠서 보면 푸른하늘이 훨씬 따라하기에 쉬운 노래들이다. 뭐..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정도 아닐까...

이것이 유영석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던, 하지만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던 음악.. 들을 때 보다 목이 울릴 때의 더 느낌이 좋은 노래. 또, 그 울림을 느껴봐야 '이래서 이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구나..'하며 그 노래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를 알수있다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멜로디가 좋다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곰곰히 가사와 멜로디를 따라부르다보면, '흠.. 이거 좋은데..'라는 생각이 간혹 스친다는..

사실 유영석의 노래를 꽤 자주 흥얼거리면서도 단 한번도 유영석이 좋다~ 라는 말은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내가 유영석 팬인가? 혹은, 그의 음악을 좋아하나? 에 대해서 답을 내지 못하겠다.
누구에게 그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해본적도 없었는데.. ^^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번 앨범을 쭉~ 듣는데.. 들으면서도 큭큭~ 웃지 않을 수 없는게... 모르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 노래방이 생긴 이후로 가사 보여주지 않으면 따라 부르지 못하는데, 가사도 거의 다 알더라는...
흠... 거의 팬클럽 소속 같은 분위기...ㅋㅋ 재미난 경험..

앨범은 후배, 동료 가수들이 유영석의 곡을 부르는 것으로 되어있다. 작곡가에 대한 욕심이 더 많은 가수들의 경우에는 보통 이런 경우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가장 적당한 가수를 선택했으니 당연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몇 곡만 이야기를 하자면,
김연우가 부른 '눈물나는 날에는'과 김지호가 부른 '그대도 나같음을' 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맞겠지... 싶다. 

김연우야 딱 정해진 자신의 영역이 있으니 대충 어떤 지 알수있지만, 그래도 '역시...' 라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듣기 어려운 고운 미성으로 부른 눈물나는 날에는.. 이다. 

그것보다 조금 더 놀라웠던게 김지호였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묘하다. 아주 이상하게 호소력있다. 대체 이 목소리가 뭐란 말이지.. 라며 참,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도 잘 모르겠고.. 목소리로 봐서는 어린듯한데.. 어떤 감정의 표현에서는 어린애라고 할수없는 깊이가.. 하며 검색을 했다.
슈퍼스타 K 라고 주석을 달아놓긴했지만, 한번에 잘 안나오더군.. 한참을 찾았는데, 동영상까지 확인하고 그 김지호가 이 김지호가 맞구나... 라고.. - 오히려 스타킹 김지호라고 표시를 하지.
좋은 작곡가를 만나서 앨범도 정식으로 내고 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기획사들이 돈이 될거라고 판단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꼽아보면, 역시 조규찬의 '네모의 꿈'이 아닐까..
조규찬은 어떤 헌정 앨범에서도, 어떤 리메이크 앨범에서도 그냥 쭐래쭐래 가서 목소리만 빌려주는 법이 없다. 이거 참, 조규찬이 하면 이렇게 다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결과가 좋고 좋지 않고를 떠나서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앨범에서도 특유의 리듬감으로 이전의 네모의 꿈이 가진 부족한 부분을 매워버렸다.

'푸른하늘', '화이트', '90년대'를 아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으면 지난 시절을 밟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