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주, 꽃눈. 2007년작
국경의 밤 Night At The Border - 루시드 폴 (Lucid fall)
루시드 폴의 3번째 앨범.
미선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한듯, 변하지 않은듯... 사람의 나이에 따라 음악도 나이 들어가는...
그래서, 한편으로 이제는 좀 심심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했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루시드 폴의 음악은 그냥 음악으로 듣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오래된 친구와 요즘 근황에 대해, 요즘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요즘 세상에 대해 수다를 늘어놓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술집이면 어떻고, 카페면 어떻겠나..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인 고민이 없다면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겠지..^^
많은 변신은 아니지만, 음악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을 볼수있다. - 사실은 포크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데 있다. 그것이 포크 음악의 특징이자 강점이기도 한데, 나는 그것이 싫었던 거였으니까.. 어렸을때는 그 단순함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다. 진지한 가사는 또 어떻고...ㅋㅋ - 하지만 루시드 폴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이번 앨범의 백미는 단연 '사람이었네'가 아닐까 싶다.
미선이 시절,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거친 단어로 세상의 불만을 이야기(기껏해야 술 한잔과 욕 한마디 뱉는 것 말고는 별반 할수는 것이 없던 시절. 물론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진 못했지만...)하던 그 친구가 더 자라서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선진국일 수 있는 이유가 다른 나라를 집요하게 착취하는 것이었다는 것. 15세기 무렵부터 하던 나쁜 짓을 대를 이어하고 있는 셈이다. 다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하면서 말이다. 인종차별도 없는 듯, 세상의 평화는 지들이 지켜내는 듯 하지만 아프리카가 혹은 다른 식민지들을 돌려놓은 것은 겨우 50~60년 전의 일이다. 그것도 겉으로는 돌려놓은 듯 하지만 여전히 하나도 돌려주고 있지 않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Fair trade이라는 마크가 찍힌 상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여전히 말도 안되는 가격에 커피를 구매하고, 최소한의 원가도 무시한채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물론 그런 커피를 우리는 무지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마시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경우는 불평등한 거래에서는 언제나 통용되는 법. 하지만 이게 좀 다른게, 대부분 '부르는 게 값'인 경우엔 공급자가 키를 쥐는 데, 이 놈의 거래는 사는 놈이 키를 쥔다. 유럽에서, 미국에서 커피를 안 사가면 팔데가 없으니까 부르는 값으로 계산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단다.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광물, 곡물 등등은 그렇게 가격이 형성된다. 사는 놈 마음대로... 아마도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또 총칼을 들이대겠지.
말이 너무 길어졌는데, '사람이었네'는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좋다고, 맛있다고 소비하는 것들이 고사리 손의 어린이가 20시간동안 방에 갇혀 만든 카페트였고, 수십킬로그램에 몇 백원을 주고 사온 커피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사람이었다고.. 내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그 사람들의 피였다고... - 뭐, 이렇게 격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건 미선이 시절의 화법..^^
가끔은 이런 음악을 좋다고 듣는 나도 거짓.이라는 생각이든다. 쩝...
근데 말이지.. 최근에 Fair trade 로고 때문에 구매한 커피는 좀 맛이 떨어진다. 아니, 맛이 떨어진다기 보다 입에 잘 맞지 않는 것이겠지.. ㅋㅋㅋ 로스팅의 문제일수도 있고.. - 강배전한 게 좋은데, 중배전밖에 없더라고..쩝.. - 그래도 또 사먹지 않을까 싶다. Fair하다면 기꺼이..
참, '국경의 밤'은 들려줘야 할 친구가 하나있는데... 그 녀석 여기 들어올까? ^^
다음에 만날때 들려줘야겠지.. 같이 들어야 좋을 듯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