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빅피쉬 (Big Fish) - 팀버튼 감독 (2004.03.08)

에메랄드파도 2009. 1. 3. 00:34
빅피쉬
 빅피쉬(Big Fish)

 신께서 천지만물을 만드셨을 때, 땅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어요. 넘어지게 만들어진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넘어졌어요. 인간뿐 아니라 마른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랬지요. 그래서 신께선 인간과 들짐승과 날짐승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셨어요.
 하지만 물고기는 넘어진 적이 없어요.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 어디로 넘어지겠어요? 그래서 신은 물고기를 어여삐 바라보셨고 물고기에게서 위안을 얻으셨지요.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일하게 신을 실망시키지 않은 생물이었으니까요.

아버지가 늘어놓는 허풍에 지친, 혹은 어떤 의미로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아버지 이해하기..^^ 아마도 표면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이해하자고 해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번 빅피쉬의 주인공은 또다시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등장을 한다. 팀버튼 영화 주인공의 단골 이름. 에드워드라는 이름에 대한 팀버튼의 각별한 애정은 영화 에드우드에서 자세히 보여준 적이 있었다...
50년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영화를 찍으며 예술가로서 끝없이 고군분투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스스로 재능의 한계로 고민하고 어려워하던 Ed Wood 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재능과 예술, 그 속에서 좌절하고 갈등하는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혹은 팀버튼 자신의 고백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보고 난 이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

어찌되었든 에드워드는 또다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작가 아닌 작가로 등장을 한다. 스스로 책을 쓰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던... 유머러스한 아버지..

그는 직접 글을 쓰지 않을 뿐 이미 그 주변의 평범한 일들은 보석같은 작은 이야기들로 변화시키는 재능이있었다. 그 재능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였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의 환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이러한 환상이 현실감있는 이야기보다 얼마나 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하는 믿음. 이것은 팀버튼의 생각일테고 팀버튼이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아들 윌리엄 생일에 일어난 일을 사실만 이야기했을때 그 이야기가 얼마나 건조하게 들리던지... 마치 팀버튼 영화를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재단하려 드는 사람과 사실적인 묘사만이 리얼리즘의 힘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에게 "이거봐...재미없잖아...이게 당신이 말하던 리얼리즘이야?"하고 말을 건내는듯...하하하...

그렇게 사실을 진실을 알고 싶다던 아들이 마무리하는 아버지의 마지막순간. (매우 감동받아 울컥했음...) 자신의 캐릭터들의 인도를 받으며 가장 완전한 피조물로 돌아가는...작가..창조하는, 상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편으로 이 영화는 아버지의 이야기다..라는 식의 대사이후 부터 장례식 전까지  모두 환상일지도 모른다. 아들의 도움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과 작별을 하는 아버지. 장례식을 찾아온 친구들. 그 친구들은 그저 작가(아버지)의 작품속에 캐릭터들일지도... 자신이 만들어낸 수많은 캐릭터가 있는 작가는 그 친구들로 인해 외롭지 않을거같다. 그들이 언제든 자신을 만들어준 아버지와 함께 할테니 말이다. 이러면 아들 윌리엄도 작가의 캐릭터중에 하나? ㅎㅎㅎ 그러면 전부다 환상인가...흐흐흐.. 영화 헛 봤네..^^

여러가지로 해석이 되는 소설쓰기는 쉬워도(말이 그렇다는거지 이것도 결코 쉬운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이 열려있는 영화만들기는 쉽지 않을듯.
그런데 팀버튼의 영화는 번번히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봐도 볼때마다 다른 영화를 보는 듯 계속 머리를 굴리고...또다시 감동받고...새삼 깨닫고...



작가가 된다는 건 일반적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던 폴오스터의 말이 떠오른다. 즉, 직업을 뭘 가질까? 은행에 취직을 할까.. 홍보일을 할까... 하는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라는거다. 보통 취직을 하고 일거리를 찾는 것은 목적이 일이고, 취업이라는것이다. 그들은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적성 등이 중요한 선택의 요소이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는 건, 글을 쓸수밖에 없는..그것 이외에 다른일은 도저히 할수없어서 하는 것이라는 거다. 이건 예술가라는 걸 선택하는 삶에도 같게 적용될 것 같다. 문제는 그렇게 운명아닌 운명으로 선택하여 간다고 해도 그것이 평균이상의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작가가 살아서 풍요로운 삶(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을 산 경우가 몇이나 되던가~~

팀버튼의 에드우드 역시 그것 아니면 다른 건 의미가 없기에....(여기서 그것이라 함은 포괄적인 영화일수도 있고, 꼭 찍어 표현하고 싶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것을 모두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기술도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것으로인해 자신의 상상력까지 죽일수는 없었던...그래서 조악한 촬영물이라도 "난 이런 상상을 해"라고 보여주고 싶던 거였겠지..

팀버튼은 어쩌면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상하는 것을 다 표현할수가 없어...마음놓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그래서 50년대 헐리웃의 에드우드가 자신과 닮은 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남과 다른 생각, 다른 표현으로 인해 상처받고 제한되어 우울한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
응원단장 팀버튼...^^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혹은 일종의 부적응...
현실에 한쪽발을 담궈둔 채 얼토당토 않는 환상을 이야기 하는데는 역시 조니뎁이라는...
이완맥그리거를 매우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황수선화에 황홀해하는 순간의 표정이외에는 그리 기억나지 않는...물론 이 표정은 조니뎁보다 좋았을 것라고 생각된다. 
선입견 내지는 단순한 부적응 상태일지도 모름.



주) 도입부의 글은 [이자크 디네센 作  - 진주조개잡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