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비포선셋(Before Sunset)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2004.10.25)

에메랄드파도 2009. 1. 3. 01:31
 
비포선셋(Before Sunset) -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이 정도 흘러왔다는 것은 알게 해주는 영화. 사실 그걸보고 싶어서 보러간걸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는 참 즐겁게 보고 있는데 주변의 분위기가 영~~ 아니라서 참 짜증스러웠던... -  사실 웬만하면 이런걸 참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심하게 짜증이 났다. 영화에 둘만 나오다 끝나는거 나니냐고 걱정하질않나, 영화를 알로 먹을 라고 한다는 둥, 대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냐는거냐는 둥.. 아무래도 다음에 사람이 없을 듯한 날 조조를 보러 가던지 해야지.. 원...

비포선라이즈 이후 9년만에 돌아온 비포선셋. 너무 기다렸던 영화였고 "웨이킹 라이브"같은 영화가 수입되지 않은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던..

9년전에는 꽤 많은(?) 사람들과 같이 같던 영화였는데, 이번에는 휴일 저녁에 홀로 스르륵 극장에 기어들어가 보고 왔다는게 두 주인공에서 느껴지는 변화만큼이나 달라진것같다.

비포선라이즈를 본 사람들은 대략 기억하고 추측하고 있겠지만 그 당시의 스타일에서 그리 달라진것은 없다. 일부러 달라지지 않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사람이 달라진게 더 도드라질테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포선라이즈보다 오히려 좋게 느껴진다. 비포선라이즈에서 보여주던 치기어린 무거움, 혹은 폼잡기. - 사실 어린 시절에 이성을 상대로 그 정도의 선문답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것도 반성해볼일이다. - 그런것으로인해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기도 했던... 그렇지만 이번엔 힘도 없고 폼도 안잡고...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지나간 세월에 대해, 잊고 지내던 모든 것들에 대해...

이번 영화에서도 둘이 나누는 여러 이야기들이 그냥 그런 잡담처럼 들리만 그들은 언제나(하긴 두번밖에 안 만났지만)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아보인다.

추억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한다는 말을 들으며 내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를 보는게 맞긴하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즐거웠다. 추억이 변한다는 건 기억마져도 변한다는 것이겠고.. 기억이 변한다면 그나마 영원이란 것을 기댈수있는 마지막 보루도 없다는.. 물론 기억이 불분명해도 그 순간의 사실, 현상은 객관적인 분명한 사건이겠지만, 그 역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무슨 소용이랴.. - 아마도 기억에 대한 생각은 왕가위의 '2046'까지 보고나면 더 재밌는 이야기거리가 될 것 같다. 왕가위가 기억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리 없을테니...

결국 비포선셋도 기억과 시간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담론이라고 해야하는 게 맞을 듯 싶다. - 그러니까 중간에 나가지.. 배우 두명만 나온다며.. 그냥 로맨틱코메디나 보러가지 무슨 데이트네~~하고 영화보러와서 팝콘만 먹다가 중간에 나가냐.. 시끄럽게 방해만 하다가.. (이거 거의 히스테리같네..ㅋㅋ)

영화를 보는 내내 두 배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감독이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는것같아서 매우 즐거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웃길지도 모를일이지만, 비포선라이즈이나 비포선셋은 나와 동연배인 사람들에게는 그 나이에 맞는 가장 많이 하는 질문과 대답이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인공들의 나이와 내 나이가 같다는..ㅋㅋ 비포선라이즈에서도 그랬지만 어찌나 동화(同化)가 되던지.. 친구 이야기 듣는거 같더라니까..ㅎㅎ

아마도 조만간 다시 한번보러가지 않을까 싶다.


핵심은 아니였지만 이상하게도 영화초반부에 나오던 행복이란 어떤 상황,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라던게 자꾸 생각이 난다. 행동.. 그게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거지.. 그건 분명한거지.. 너무 당연하지만 자꾸 맴돌았다.

그들이 9년만에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수도 있는걸까.. "행복"해지려고 한다면 분명 그렇게 "행동"하는것이 맞을텐데 말이다.

조금은 나른해진, 조금은 느긋해진 사람들이 미리 봐야할 영화일듯..



할말 진짜 많은데 자야할듯하다..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그런것처럼 나도 중간에 멈춤. 이다.^^

두 배우의 젊은 시절이 스쳐가는것을 보며 진짜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다. 어린 에단호크는 얼마나 귀엽던지.. - 이러면 또 들을 말이 있지.. 너는 안 늙었냐~~ 뭐 이런... 내가 늙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어린 시절의 모습이 영화로 남아있으니 참 좋겠다.. 뭐 그런거지.. 시비걸기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