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머리속의 지우개 - 이재한 감독
인터넷을 통해서 예고편을 보고 너무 가슴이 먹먹해서 보고 또 보고 했었는데..
바빠서 극장을 가지 못하다가 조만간 극장에서 내려갈 것 같아서 부랴부랴 가서 봤다. ^^
혹, 너무 슬프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을 하고 보러갔지만 역시 내가 걱정하던 상황까지 만드는 영화는 아니였다.
줄거리도 그렇고 소재도 그렇고 잘하면 참 멋진 영화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적당한 선에서 관객과 타협을 한 멜로영화가 된게 아닌가 싶다.
기억을 잃고, 잃어가면 벌어지게 되는 시간의 엇갈림과 사람이 기억하는 순간에 대해 좀 더 치밀하게 들어갔다면 참 좋았을거 같은데.. 물론 그럼 한 100만명정도는 덜 들었을 지도 모를 일.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두 주인공 모두 알게된 이후 야구장에 나눈 대화에서 잠시 흥미진진해졌으나 그게 다 였다. ^^
그 이후에는 특별한 대사도 없고 기억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 그저 질병을 앓는 것이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주변인의 삶도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과 에피소드만... - 여기서 중요한건 기억을 잃어가는 질병을 가지고 만들 이야기가 기껏해야 저 사람이 진짜 사랑한 사람,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누굴까요.. 밖에 없다는 거다. 물론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영화를 보고 그래.. 마지막까지 기억한 사람은 철수뿐이야.. 참 사랑했나봐..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란 말이지..
너무 초반에 나쁜 이야기를 늘어놨나?
이러이러한 점이 아쉬웠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영화자체가 아주 맥빠지는 영화는 아니였다.
한편으로는 정우성의 장점이자 한계점을 보는 것 같아서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사실 난 장동건이 외모에 갇혀있다는 말에는 별로 동의 못하겠지만 정우성은 외모에 갇혀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 안타까운 배우는 똥개에서 그렇게 망가지려 해도 그 외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것 같더니만... 결국 그에게는 이런 류의 환타지말고는 어울리는 배역은 없는 걸까...
하지만 이러한 환타지도 이제 CF에게 자리를 내주어 두 배우가 결혼하고 출근할때 넥타이를 매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삼X카드 CF생각이 나던지..
이번 영화에서도 파렴치한, 뭔가 있는 듯한 유부남 전문배우 백종학의 출연은 즐겁다..ㅋㅋㅋ 영화 강원도의 힘 이후에 계속되는 이런 류의 배역... 이것도 이미지가 고정되는 걸 걱정할 문젠가? 흐흐.. 어찌되었든.. 자기의 영역을 확실하게 잡아가는(?) 듯 하다. 더구나 이번 영화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정우성과 이 영화 최고의 액션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열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