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 정윤철 감독
영화는 개봉하기도 전부터 조승우의 연기와 정윤철 감독의 연출로 말이 많았다. 오랜만의 수작이라는 말도 있었고.. 조승우는 일생의 연기를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고..
하지만 일생의 연기는 앞으로도 많은 연기를 할 조승우에게 너무 일찍 칼을 들이대는 이야기로 생각될뿐이고, 수작이라는 말에는 동의하나 그리 곱게만 보이는 영화는 아니였다.
영화를 보고 문득문득 떠오는 영화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였다. 두 영화는 일상인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있다. 물론 오아시스를 러브스토리로 말아톤을 패밀리영화로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더 할말은 없지만...^^
두 영화의 미덕이라면 미덕일 수 있는 것은 주인공 주변인물들의 세심한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디테일이 오히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였을 까 하는 생각을 할정도로.. - 특히 이창동감독의 영화는 주인공 주변인물의 다양하고 리얼한 캐릭터설정으로 감독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저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인가부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니까..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바로 옆에 살아있는 듯 보이는 디테일들은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설득력있게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말아톤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을 대사를 빌어하자면 마라톤한다고 뭐가 바뀌는데요..가 가장 적절한 대사가 아니였을까...
살아있는 디테일로 공감을 구축해가는 영화는 적절한 선에서 관객이 원하는 것을 주고 타협하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마라톤한다고 다른 사람들과 그렇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소통이 원활해지는것이 아닌데.. 마치 그것을 통해 우리들 역시 그 동안 차별하고 지금도 차별하고 있는 소통불능자와 화해하고 화합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며, 보는 이에게는 면죄부를 부여받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이것은 오아이스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또 다르다. 말아톤은 이렇게 훨씬 비장애인에게 타협적이다. 그래서 보고 나면 너무 행복해진다. 마치 스스로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로운 인간군상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준듯한 착각에... 대견함에...
오아시스는 장애인을 향해 무심히 벌어지는 폭력. 그 곳에서 영화는 끝이났고.. 그래서 그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영화의 도입부에서 보여지던 것처럼 출감하여 다시 폭력에 상처받는 인간으로 쳇바퀴굴리 듯 살아갈 것이 명확했기에 그 결론에 대해, 영화에 대해 결코 호의적일 수만은 없었다. - 물론 그것이 감독이 냉정하게 바라본 세상이라면 뭐 어쩌겠냐만은, 그것을 보고 일반인도 할 수 없는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떠드는 것은, 그 영화가 인구에 회자되는 내내 매우 거슬렸던 부분이다. 멀쩡한 사랑을 억지로 찟어놓고 그래도 사랑하니 지고지순하다고~~ 고양이 쥐생각 해주는 것도 아니고.. 때려놓고 너무 많이 다친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말아톤으로 돌아가면, 이러한 이유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가슴아픔도, 슬픔도 오히려 사라지는 느낌이들었다. 오히려 비장애인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코치와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초원이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진 부분들에서는 내내 눈물겹게 영화를 봤다.
마라톤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러한 일을 통해 세상과 조금더 소통할 수 있게 되고 세상에 초원이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세상과 화해할 수는 없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
너무 무서워서 버렸다는.. 사실은 내가 버린거였다는 김미숙의 대사가 매우 아팠다. (앞에 이야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랑하는 만큼 더 무서워질수도 있는 법.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비겁한 자기 합리화라고 할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