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생 - 김대우 감독
김대우 감독의 첫 번째 영화.
유명 시나리오 작가의 영화라, 더구나 주인공이 작가라 이건 괜찮은 이야기가 될 듯해서 보러갔다.
물론 나름대로 괜찮은 이야기였다.
일간지에서 기자들이 씹는 것처럼 너무 많은 요소를 보여주려고 하다가 보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했다는 말에는 그리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고자해서 피를 보여주고 액션이 나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 이런 오해를 사는 것도 '플레이어'라는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모든 상업영화의 요소가 들어가서 일지도 모르겠다.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피도 튀고, 액션장면도 있고, 누드도 있고, 사랑도 나오고,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앞서 말했듯, 양념이든 배경이든 간에...
시나리오를 쓰며 영화를 찍는 감독은 많이있긴 하지만, 전문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가 영화를 찍는 사람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실제로 차이가 있는 건지, 내가 그렇게 봐주려해서 그런 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게 내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들의 영화를 즐겁게 보는 이유중에 하나이긴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작가로써의 아이덴티티는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다. 뭐, 주인공이 작가니까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작가라는 정체성보다는 그 동안 그가 작업한 영화에서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처럼... 행복한 순간에 집착한다. 주인공이 작가였든 아니었든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던 주인공이 어떻게 행복을 찾아가는가, 혹은 어떻게 순간의 행복(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가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창작의 고통이니 이런 건 없다. 오히려 창작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다면 때려쳐라...라고 말하는 셈.
생각해보면 그의 시나리오 나오는 주인공들은 항상 그랬다. 행복을 찾아서, 사랑을 위해서, 어떤 절정의 순간에 모든 것을 버리곤 한다. 그 후에 그가 어떻게 살았을 까..를 상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상상이 될지도 모를 정도로. 지금 행복하다면.. 다 필요없다.
반칙왕의 송강호는 지랄지랄하면서 여전히 회사를 다니며 힘들어 할 듯하고(아님 이미 짤렸을 지도), 정사의 이미숙은 남편이고 동생이고 다 버리고 떠나더니 이정재와는 계속 연락하며 잘 지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스캔들은 이런 상상할지 알았는지 적절한 순간에 다 죽여버렸으니...
처음 레슬링을 만났을때 같은 순간, 이정재에 꽂히는 순간들의 연속이라면 인생이 참 행복할 것은 분명하겠지만... 인생이 그런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모두 무서워하는 사실.
그게 무서워서 지금 절정의 순간이 온다고 해도 대부분 이런 저런 이유로 피해가고, 절충하고, 참으며 산다. 아직 살 날도 많이 남았는 데 안정적으로, 아무일 없듯, 살았던 흔적도 없게 살다 가야지 한다. 아~~ 유일한 흔적, 자식이 있지... 그래서 적당히 때되면 결혼 하고, 그렇게 애새끼 일이라면 이성을 잃는 지도 모르겠다.
사실 자식만 없으면 지금 죽으나, 내일 죽으나, 10년 후에 죽으나 마찬가지인 인생도 참 많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나야 자식도 없으니 진짜 지금 죽어도 그만이다. ㅋㅋ
아~~ 그래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 구나. 의미없는, 무서워서 참으며 사는 인생에서 살아가는 최소한의 의미라도 찾아볼라고...^^ (아~~ 갑자기 오는 깨달음의 순간!!)
너무 시니컬하게 말했나보다.. 결혼을 못하고 있어서 이러나..ㅋㅋ 이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일듯하다.
앗.. 그러고 보니 결혼을 못하고 라는 말을 썼네.. 이건 안하고의 오타냐, 무의식의 발현이냐.. 이것도 다시 한번 생각을..
영화보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이었는데.. 이거 참.. 우울하네..
원래 현실이 비현실적이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 꿈 꾸는 것 같은 것, 꿈에서 본 것 같은 거, 꿈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거, 우리 세계에서는 그걸 진맛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이 대사 좀 멋지지..
대사 듣고 갑자기 생각난 햄릿의 대사.. To die, to sleep.. perchance to dream..맞나 몰라.. 옛날에 newtrols의 LP판 표지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거 말고야 내가 햄릿을 알리 없잖아..^^
참, 이 이야기는 꼭 써줘야지.. 이범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의 연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연기도 꽤 좋았다. 굴곡이 없는 대사처리가 오히려 삽화그리는 무관의 이미지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개인취향이겠지만, 난 좀 드라마틱하게 대사하는 배우가 좋다. - 이범수가 연기 오래 했지만 영화상 한번 타지 못했다는 인터뷰를 얼마전에 했길래.. 뭐.. 이걸 이범수가 보거나 내가 상줄일이야 없겠지만..ㅋㅋㅋ
한석규도 좋았고... 어떻게 눈빛이 그렇게 달라졌는지.. 원래 한석규가 이런거 아닐까? 그동안 가면쓰고 다닌 걸지도 모르겠다.
오달수나 김뢰하 연기 잘하는 거야 다 아니까.. 오달수가 조금 걱정인데(물론 내가 해줄 걱정은 아니지만..) 너무 한가지 이미지로 닫혀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지.
김민정도 괜찮았다.
영화든, 연극이든 좋은 연기자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작품들이 좋은 작품인 듯 하다. 배우끼리 팽팽하니 양쪽에서 줄을 잡고 있는게 아주...
이제 늙었나~~ 왜 이리 말이 많은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