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라디오 스타 - 이준익 감독
이제는 나이를 먹었음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꽤나 바뀌었음을 새삼 깨닫게 됐던 영화다.
아마 조금 내가 어렸다면 싱겁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싱겁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그리 별날 것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 있다. - 김양이 '엄마타령'을 할때부터 시작해서는 끝날때까지도 사람을 못 살게 군다. - 아마도 배우들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주연은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도 꽤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것이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요소요소에서 극을 잡아주고 있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혹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란 것을 알아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머리속에 맴도는 이야기가 무거워, 자판 두드르기를 주저하게 만드네..^^
방준석의 음악이 귀에 확오는 영화이기도 했다. '유엔미블루' 이후 영화음악을 주로 했지만, '유엔미블루' 때만큼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주진 못 했는데.. 오랜만에 딱 좋았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박중훈이 부른 '비와 당신'을 라디오에서 듣고 기타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방준석 작품이었다. 지금도 가끔 '유엔미블루'의 음악을 듣는데, 여전히 훌륭하다. 내가 그렇게 많이 변했는데도...
영화를 보며 참 인상적이었던 건, 이제 안성기가 딴 세상으로 가버린 것 같다는 것이다. 다른 배우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예전처럼 많은 영화, 주연에 기용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에 비하면 박중훈은 아직도... ^^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아, 왜 이렇게 안풀리나.' 혹은 '살기 싫다.' 싶은 마음이 들때면 봐주면 정신 건강에도 좋을 법한 영화다.
영화내용도 그렇고, 배우들의 실제 인생도 그렇고, 감독의 실제 인생도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때 가장 잘 할 수 있다. 정직할수만 있다면... 아마도 모두들 정직하게, 진실하게 만들었나보다. 그게 '라디오 스타'가 다른 영화와 구별되는 가장 큰 점이 아닐까 싶다. - 몇몇 거슬리는 대사가 있음에도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배우의 주름은 연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