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Lust, Caution) - 이안 감독
이안감독이 헐리웃으로 간 이후, 와호장룡 이후 두번째로 중국어로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안감독의 중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무래도 영어 영화를 찍을 때는 좀더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 다루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매스컴의 보도 초점은 선정적인 방향뿐이지만 - 어쩌면 홍보 방향일지도 모르겠고 - 사실 매우, 매우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폭력적이던 시절, 폭력적인 사회와 사랑에 대한 은유.
어렸을 때였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 시절을 잘못 만나 엇나는 인연, 혹은 운명 같은 것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이해하기도 싫었던 때였다고 생각한다. -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이해가 된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고 함부로 가정을 하는 것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에 대한 모욕일지도 모르겠지. 이젠 이런 것이 참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설사 가정이라고 해도 말이다. 겉으로 말을 하던 하지 않던, 폭력적인 사고는 결국 그런 결과로 유도하기 마련이니...
보는 동안 탕웨이의 삶에 대한, 개인의 인생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세상의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라는 책을 봤던거 같은데, 딱 '우리가 불행해지기까지'에 대한 보고서라고 해야할까...
폭력적인 세상을 살며 전쟁처럼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의 이야기.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이외에는 남지 않은... 하긴 처음에 목표로 했던 것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뭐가 좋았을까.. 사랑이라는 순간이 있었으면 그것으로 다 된 셈이지.. 뭐
탕웨이는 어디서 저런 친구를 찾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배역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신인으로서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아마도 이안의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요즘 어린 아이들이 연기를 잘 하는 걸지도..^^
그렇지만 양조위의 반대편에 섰을 때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배역자체가 대학생정도의 여자아이와 산전수전 다겪은 남자이다 보니 밀리더라도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양조위의 연기야 말을 하면 잔소리지.. 이제는 클로즈업 해놓은 얼굴의 주름들도 알아서 연기를 한다. 푸~~ 여기서 알아서 연기한다는게 중요하다. 표정이 없는 듯하면서도 모든 감정을 다 연기하는... 이게 말이 되냐고..
이안감독의 작품은 언제든 믿음이 간다. 처음 '결혼피로연'이라는 영화를 봤을때부터 지금껏 한번도 퇴행하는 법없이 조금이라도 앞으로가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눈이 휘둥그래하도록 스타일리쉬하거나, 테크닉을 과시하는 법은 없지만 항상 적절하다. 항상 충분하다.
그나저나, 중년 아줌마들의 선택이라고 보도하는 신문을 본 것 같은데 중년이 많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