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낮 (Night and Day) -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요즘은 영화관련 잡지나 주간지를 보지 않아서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홍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좀 달라지긴 했다는.
역시나 홍상수고.. 역시나 사람들이란..
여전히 홍상수는 날카롭게 사람을 웃기고, 역시나 극장에서 키득키득 웃어대는 사람은 몇 없다. 그래서 또 혼자 큭큭대다 민망한 상황이 되는... 박모군을 데리고 갔어야 미친 넘 취급받지 않는 건데... 안 웃기나.. 왜 안 웃지.. 영화 속 대사처럼 이 정도면 '꼴통'인건가..^^ 뭐, 꼴통인들 어떠랴..
나오는 모든 인물이 예술가(?)가 인지라 다른 작품에 비해 직접적으로 이런 저런 말을 건낸다. 한편으로는 자기 비판 같기도 하고 허위의식에 대한 비난같기도 하고.. 항상 그렇지만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야기는 빙글빙글 돈다. 다른 넘들을 비난하는 것 같기도 하다가, 자기 비판같기도 하고.. 혹은 과거 명작에 대한 오마쥬같기도 하다가 패러디 같기도 하다가.. 홍감독님의 영화는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그래서 재미없기도 하다.
이렇게 골치가 아프기때문에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하는 건... 그냥 이야기로도, 그냥 영화로도 참 재미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야기 하듯, 소설은, 영화는 일단 재미있어야하고 나머지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 사실 그 분이 그런 말을 할때 약간 의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이야기할 줄 몰랐는데...
조금만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사랑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본 경험이 - 사실 이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 있는 사람이라면, 객관적으로 고민해본 사람이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재미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만 하는데.. 왜 재미가 없다는 건지. 알수가 없다.
'생활의 발견' 이후 너무 오랜만에 즐겁게 웃었다. 이런 날은 소주 한잔하면서 홍감독에 대해 주절이 주절이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은데... 자꾸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
이번 영화의 특이점 몇가지. 홍감독 영화의 변화라고 할수도 있고..
술마시는 장면이 많이 줄었다는 것. 인상적인 술자리는 하나 정도.
남자주인공이 여자와 잠자리를 마다하다니.. 홍감독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볼 줄은 몰랐다. 더구나 그 순간 성경을 펼쳐들고 풀어내는 장광설이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