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畵 (화)

마이블루베리나이츠 - 왕가위감독 (2008.03.20)

에메랄드파도 2009. 1. 3. 23:40

 
마이블루베리나이츠(MyBlueberryNights) - 왕가위 감독

왕가위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왕가위 영화를 본 이후라면 언제나 가장 처음 떠오르는 궁금증이다. 이 사람은 대체 어디쯤 있는지 모르겠다. 손에 잡히는 것 같기도 한데.. 막장 손을 펴보면 거기 없다.

근래의 작품들에서 아주 느린 화면, 그로 인해 화면 사이로 흐르는 감정으로 숨이 막히던.. 그런 것을 이번에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이번엔 또다른 변신이될지.. 궁금했다.
일단 왕가위의 첫 영어 작품이라는 것에서 무엇인가 변화는 있지 않겠느냐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었지만...

얼핏 뉴욕삼림..^^ 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중경삼림의 재탕이란 말은 아니다. 화면에서 나오는 느낌도 그렇고, 연기 경험이 없는 가수를 주인공으로 기용한 우연까지도... 노라존스는 캐스팅했다는 기사를 봤을때부터 영화시작하고 한동안 고개를 갸웃하면서 봤다. 그렇지만... 역시나... 영화가 끝날 무렵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는 것.
아무튼, 중경삼림보다는 무거운 듯하지만 화양연화보다는 가벼운 느낌. (이거 말이 안되는데.. 중경삼림보다 무거운 적은 없었잖아.. 쩝..)
어떤 면에서는 지난 작품들에 대한 종합판같기도 하고... 몇몇 장면은 이전의 영화에서 본 미장센이 연상되도록 작업을 했다. 아마도 의도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떤 장면은 아비정전처럼, 어떤 장면은 중경삼림처럼, 어떤 장면은 화양연화처럼.. 동사서독까지 지나갔다고 하면 너무 심할까?.. ^^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지나갔다.. 이건 그때 그 감정씬과 흡사하다..하면서..^^

영화를 보러가기전에 간혹 보이던 지루한 사랑이야기라는 평은 역시 기우였다. 이걸 지루한 사랑이야기라고 하는 사람이면 다른 왕가위 감독 영화는 중간에 나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더 이상의 스타일 변화는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할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는데,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도 같은 듯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역시 왕가위라는 생각이 든다. 촬영감독을 바꾼 것이 약간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뭐, 나쁘다 좋다는 말하기는 뭐하고... 약간 톤이 차이가 난다고 해야할까.. 아마도 감독이 기준을 잡고 가는 스타일이었나보다..

이제 왕가위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젊은 시절에 나도 젊었던 것이 다행이었다는 안도도 조금은 들었다. 우리가 이전에 그의 영화를 화두로 기억, 사랑, 추억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왕가위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사는 것이 한참은 건조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그의 영화가 그와의 추억으로 기억되는...
굳이 나이를 먹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소통에 신경을 쓰는 듯해서이다. 이전 왕가위 영화속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고립되어있다. 누구와도 속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고독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 하지만 이번엔 쌍방향 소통까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점이 앞으로의 왕가위영화가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근래들어 진지한 사랑이야기에는 '주드로'만한 사람이 없다. 미세하게 흘러가는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어 보여준다. 아주 쓸쩍~~ 잠시 한눈을 팔면 보지 못할 정도로 쓸쩍~~ ㅋㅋㅋ 훌륭하다. 진심으로...

여전히 개인 취향이긴 한데, 나탈리 포트만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다. 내가 이 친구를 좋아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텐데... 이런 친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좀 쌘 역을 하는 친구가 어느 순간 확~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줄때... 그런데 이런 순간에도 중요한건 눈은 반짝반짝해야한다는...

왕가위 영화를 보거나 생각하면 그런 생각이 드는데, 사랑 참 지긋지긋하게 하더라구. 그런데 그래도 기댈 곳은 거기 뿐인가봐..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그것 뿐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