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 이상하게도 곧잘 극장에서 보게 된다. 함께 영화를 보러가는 사람때문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까..
어떤 영화든, 어떤 소설이든, 어떤 예술이든... 만든 사람이 그대로 들어나기 마련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보면 특히나 그렇다. 참, 감정이 많은.. 감상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면 하나하나, 플롯 하나하나가 매번 감상적이다. 논리고 뭐고 다 필요없이 그냥 감정의 흐름만 따라간다. 화면 구성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경우는 영화의 기초를 잘 모르는 방송 PD들이 곧잘 하는 일인데... 물론 요즘엔 방송 PD들도 나름 공부를 해서 괜찮은 친구들도 있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PD출신 영화감독이 번번히 영화판에서 드라마만큼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 논리적 컷 나누기를 해본적이 없어서.. 감정과잉에 작위적인 드라마로 승부를 거는 우를 범하곤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극장에서 지루하던 드라마를 비디오나 텔레비젼을 통해서 보고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거다. TV 드라마는 편집상의 논리나 디테일한 미장센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그걸 놓치면 채널은 바로 돌아간다. 뭐랄까.. 텔레비젼의 주인공에 더 동화된다고 해야할까 아님 객관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감정이입을 하는데 익숙하다고 해야할까.. 그냥 감정의 끈만 잘 잡으면 눈물 질질 흘리면서 좋은 드라마라고 한다. (오늘 왜 이리 말이 막 나오지... 쩝...^^;;)
님은 먼 곳에..는 역시나 아무런 이유없이 2008년 여름 베트남을 들이민다. 왜 베트남인가? .... 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니다. 결국 이성적, 논리적 이야기 없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가 될것을 왜 베트남을 가져왔을까? 물론 그것에라도 논리가 있으면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재미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꼭 논리나 이성만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오는 경우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이니까...
새삼 신중현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것 다 빼고 '님은 먼 곳에'라는 제목만 듣고, 그 제목이 찍힌 포스터만 보고, 내가 저 영화를 보게 되겠군..이라고 생각했으니 그건 100% 신중현님의 힘이다. 신중현님이 100%가 아니라면 수애가 5% 정도..^^;;
영화를 보고 한동안 흥얼대며 지냈다.. 사랑한다고 말 할걸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