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 어딘가에 - 이승영 감독
충무로가 위기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꽤 됐지만, 충무로가 위기가 아닌 적은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거의 없었다. 언제나 그 위로로 인해 더 강해지곤 했던 곳이 충무로였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불합리한 정책이나 스탭에 대한 처우가 옳다는 건 절대 아니다.
위기의 충무로.. 거기에는 언제나 눈이 번쩍 띄는 신인들이 있었다. 90년대 말에도 한꺼번에 쟁쟁한 감독들이 데뷰를 했었고, 그들은 2000년대 대표적인 영화감독들이 되었다. 어떤 평론가의 말로는 그 해만큼 놀라운 해는 없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97년에서 98년을 넘어가는 만 1년의 기간을 놓고 그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일정 수준을 갖춘 여러 신인감독이 동시에 데뷰를 한다... 경험해보면 진짜 재미난 일이다. 매번 신인이라는 불안함에 영화를 보지만, 매번 깜짝 놀라면서 극장을 나서는 경험.
영화와 관련없는 이야기를 좀 늘어놨는데, 여기보다 어딘가에를 보고 문득 그때 생각이 났다.
기대보다 훌륭한 데뷰작을 보여준 이승영 감독을 보면서 새삼 요즘 영화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생각.. 물론 조금은 정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90년대 말의 감독들의 데뷰작은 정리도 너무 잘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에 비하면 좀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데뷰작임은 분명하다.
나의 20대도 생각하게 하고... 그렇다면 이제는 그 때보다 나아졌는 가.. 질문은 하지만 그닥 그에 따른 대답은 참, 난감하다는 것.
아마 조금 더 어려서 봤다면 더 좋게 보지 않았을까... 마치 위노나 라이더의 '청춘스케치'를 이런 저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소규모아카시아의 영화음악과 영화와 배우가 잘 어우러져 보는 내내 즐거웠다. 인디끼리 돕고 살아야지... 라는 건가? ㅋㅋ 어찌되었든...
아마 90년대 음악을 좀 듣던 사람이면 기억을 할, 유엔미블루... 거기서 활동했던 방준석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보너스도 있다. 그걸 실생활이라고 오해하면 안되겠지? ㅋㅋ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