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박수가 터지고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굽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나온다. 많은 관객이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지만, 다들 마음 한편으로는 같은 불안감이 있지 않았을까... 과연, 그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사기꾼이 아니었다. - 사기꾼이라는 단어만 입에 올려도 누가 생각나네. 사기꾼의 대명사가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 - 연주할 자신이 있으니 그 나이에 - 193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79세 - 공연을 하는 것이다.
사실 관악기 연주자가 이렇게 많은 나이에 연주를 하는 것은 진짜 보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는 소니 롤린스이고...
처음에는 불안했다. 비틀비틀... 저러다 쓰러지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었고..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내가 소니 롤린스란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주, 매우.. 훌륭.. 흠.. 훌륭.. 이건 아닌데... 다른 단어없을까..
스스로 내가 재즈야.. 라고 하는 듯, 자유롭게 편안하게 즐겁게 연주를 한다. 치열하게 연주를 한다. 진짜 뛰어난 연주자의 연주를 볼때면 그런 생각이 들곤한다. 그 사람이 악기 같은 느낌.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가 악기. 소니 롤린스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테너색소폰이 그인 것 같은 착각. - 흔히 하는 말로, 하나가 된 느낌과는 좀 높은 느낌이다.
만약, '바람의 전설'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성재가 춤을 배우러 다닐때 만난 지루박 달인 노인을 기억할 것이다. 구부정하고 걸음도 잘 못 걷는 노인이 지루박을 추는 순간이면 허리가 펴지고 현란한 스텝을 밟던 노인의 신기.
더도 덜도 말고 소니 롤린스는 그런 것이었다. 서있는 것조차 어려워보이는 노인이 그런 연주를 들려주는 신기.
사람들은 젊은 천재 찾고, 좋아하지만 어떤 천재도 대가의 경지에 오른 이의 여유와 풍부한 감성은 뭍어나지 않는다. 그런건 세월이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흠.. 좋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버티며 섹소폰을 불었던 그의 삶이... 그것이 모두 녹아나는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