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극 영영사랑 - 오태석 연출
연출가, 작가, 배우.. 내가 연극을 선택할 때의 우선 순위다.
오태석님의 연극이라면 사실 아무런 고민없이 선택을 한다. 아니, 시간이 허락하는 한 보러간다고 해야 맞을 지도 모르겠다. - 실은 근래에 가장 아쉬웠던 것중에 하나가 '목화의 세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맥베스'와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했던 것. 물론 연출은 오태석님.(아, '님'이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네. 보통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일반적인데.. 아마 그 호칭이 제대로 쓰이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선생스러워 선생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근래에는 개나 소나 다 선생이고, 다 사장이라..) - '로미오와 줄리엣'은 일전에 본 적이 있는데... 몇몇 장면은 진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웠던 걸로 기억한다. 눈물나도록...
영영사랑은 '운영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솔직히.. 보러가기 전까지 '운영전'을 본적은 없다. 아무튼...
이번 공연은 소리극이란다. 뮤지컬이라고 보면된다. 단, 우리 곡조라는 것. 뭐, '로미오와 줄리엣'도 완전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는 오태석님이 뮤지컬을 했을 리는 없겠지.^^
아주 오태석스럽고, 목화 단원들의 연기도 좋다. 언제 봐도 참 좋다. 그들의 열정이.. 몇몇 분들은 영화에도 꽤 얼굴을 비춰서 연극판을 떠날만도 한데, 가끔 가보면 여전히 무대위에 있다. 진짜 무대가 좋은, 그곳을 사랑하는 분들이다.
우리 소리극인데 가사를 좌우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우리 소리영화인데 임권택감독의 영화에 자막을 깔아주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가사를 보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제작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가사를 자막으로보는 것이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사투리와 고어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막에 의존해야하는 수준이라면 눈으로 봐도 뭔말인지 모를 가능성 90%이상일 거라고 생각된다. 읽는 게 읽는 게 아니라는 거지..
사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역시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이 편하게 들으시는 것 같다. 가끔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어휘에 놀라지 않던가. 뭐, 예전같지 않아서 그렇게 감칠 맛나게 말을 할 줄 아는 어른들도 없긴하지만..
한옥마을 남산 국악당은 이번에 개관을 했는데, 시설이 꽤나 괜찮은 공연장이다. 무엇보다도 한옥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내 한옥에 꽂힌 시절이 있지 않았나..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주는 느낌은 여전히 대단하다. 한옥에 대해 느끼는 매력은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고, 기회가 아니 돈이 좀 생기면 아주 멋들어진 한옥을 지어야지. - 돈이 좀 생겨서는 안되지.. 꽤 많아야 가능할 듯..
공연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주변 이야기가 더 많았다. 그리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맞는 말일지 모른다. 공연이 어떠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