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 이자크 디네센 作, 문학동네
아침 출근길에 평소에 듣지 않던 라디오를 틀었다. 그 라디오를 통해 소개 받게 된 이자크 디네센. 바베트의 만찬은 오래전 아카데미 시상식을 통해 제목이 익숙한 책이었다. 더불어 이자크 디네센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인물이라고 하니 더 친숙한 느낌이라고 할까... 나이를 먹을 수록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새로운 느낌이다. 이런 영화들이 가끔 있다. 어렸을 때는 그 영화의 매력을 모르던.. (이럴때는 나이를 먹는것도 참 매력있는 일이라니까...흐흐..이렇게라고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어..어짜피 먹는 나이...^^)
책과는 관련 없는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자크 디네센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대한 책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책을 선택하면서도 라디오를 통한 충동구매라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하지만 바베트의 만찬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한번 봐야지 하던 터였기에 일단 보기로 했다.
이런걸 단순히 기대이상이라고 해야하나..아니면 발견이라고 해야하나..^^
아마도 발견이 맞겠지..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던 작가를 혼자서 뒤늦게 발견. 뒤늦은 발견에 조금은 묘한 기분이지만 지금이라도 발견한게 어디야...라고 위안하기로 했음.
바베트의 만찬은 이자크 디네센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단편집이긴 하지만 약간씩 이야기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책을 보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를 읽은 듯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자크 디네센은 스토리텔러로의 전통을 이은 마지막 작가라고 평한다고 한다. 실제로 단편들을 읽으면 손에서 책을 놓기 싫게 만든다. 하루 날잡고 책을 보는게 아닌 나로서는 이런 책을 보면 즐거우면서도 괴롭기 마련이다. 아..몇 줄만 더 보면 해답이 있을거 같은데..(물론 대부분의 좋은 책은 몇줄 더본다고 해도 해답이 없다...더 궁금해지지..)
하지만 단순히 이야기꾼의 잘 만들어진 이야기만은 아니였다. 군데군데 작가가 생각하는 삶과 예술에 대한 철학이 베어있어 보는 사람에게 잠시 책을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또, 이야기꾼의 작품답게 소설적인 상상이 여기저기 뭍어나 보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개인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이런 상상이 있는 작품은 즐겁다.
요리와 창조와 예술에 대한 은유로 점철된 "바베트의 만찬", 연극과 현실속에서 이야기가 가지는 힘 그리고 그 안에서 숨쉬는 예술가의 고뇌를 느끼게 해준 "폭풍우", 우연과 운명에 대한 "불멸의 이야기" 등등 한편 한편이 모두 빛나는 이야기이다.
작가의 삶만큼이나 극적인 이야기들인 듯하다. 결국 예술가 혹은 작가는 작품을 하는 동안 보다는 그 사이사이를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든다.
그 작품사이의 세월이, 삶이 그 예술가의 정체성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