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 제국의 불빛에서 근대의 풍경으로 - 주강현 著
부제에서 느껴지듯 등대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성적이라거나 날카롭지도 않다. 이성적인척 감상적인 글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글쓴이는 이렇게 평하면 무지하게 싫어할것이 명명백백하지만...
확실하게 기억이나는 것은 등대지기를 항로표지원이라고 불러야한다는 것. 등대지기는 감상적이고 직업을 절하하여 부르는 경향이 있으니 그게 맞고 그렇게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고. 사실은 항로표지원은 인터넷에서 지금 검색해서 찾아냈다...^^ 뭐, 등대지기라는 이름이 원, 사, 님으로 끝나지 않으니 짧은 머리로는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으나... 에~ 아니다.. 그냥 항로표지원이라고 불러주지 뭐.. 귀찮다.. 말같지 않은 소리에 일일이 대꾸하는 것도..
책은 무척이나 두껍다. 우리나라에 가볼만한, 가봐야하는 등대는 거의 모두 망라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곳을 모두 돌아다닌 정열만으로도 책은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단, 진득하게 읽다가는 머리에 이상이 올지도 모른다. 동어반복도 좀 많은 편이고.. 등대 생각이 나면 하나씩 읽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 이전에 말했던 것을 잊을때쯤 다음 등대를 보는 셈이지. 가끔 그런게 필요한 책이나 드라마들이 있다. 단편적으로는 흥미진진한데, 한번에 보거나 읽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거나 하면..ㅋㅋ - 예전에 내가 어렸을때 재미나게 봤던 '트윈픽스'라는 미니시리즈가 그런 것 중에 하나다. 일주일에 한편씩했는데.. 사람들이 말이 많았다. 재밌어죽겠는데, 일주일에 한편씩만 한다고.. 헌데, 이거 몰아보면 머리 돈다. 복선도 앞뒤가 맞지 않고, 세세한 부분을 신경써서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즉, 큰 줄거리만 기억하고 봐야하는 드라마다. 앞뒤를 논리적으로 맞추려다간, 앞서 말했지만 '돈다' -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건 아닌데, 두껍기도 두껍고 이야기도 자꾸 반복되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등대를 이렇게 자세하게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거다. 그리고 나름 가는 길에 대한 정보도 상세한 편이라 여행에도 도움이 될만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일독하고 출발하면 참 똑똑한 젊은이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다. 이 등대는 말이지.. 일본 식민지 시절에 만든건데... 어쩌구저쩌구.. 이렇게 되는거지..^^
누군가 그러지 않던가..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그림만 그런 것은 아닐것이다. 자연 풍경도 오래된 등대도 아는 것 만큼 보인다. 등대를 알고 등대를 바라보면 등대가 그 불빛으로 내게 무슨 말을 건낼지도 모를일이다.
사실은 등대는 이미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단다. 등대의 불빛은 모두 고유해서 같은 불빛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세번 반짝이고 30초 쉬었다가 10초 반짝이고... 이런 식으로 분단위로 반짝이는 것이 다르단다. 그래서 불빛은 보면 그게 어떤 등대인지 알아보게 된다고 한다. 그냥 항구가 가까워졌다고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속초항의 등대에요.. 라고 말을 한다는 거다. 뒤에 설명을 다니 참 현실적인 이야기가 됐네.. 이게 등대를 쓴 작가의 말투다. 낭만적인, 감상적인 등대가 아닌 현실적인, 제국의 불빛으로의 등대.. 근현대의 역사적 구조물로의 등대..
가끔 들춰보면 재미난 책이다. 그보다는 집에서 떠나도록 펌프질을 하는데는 아주..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