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冊 (책)

사랑 - 산도르 마라이 作 (20080412)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3:26

 
사랑 - 산도르 마라이 作

산도르 마라이 작품을 다 보기로 마음(?) 먹은 까닭에 내용이 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하는 궁금함만 가득 있을 뿐...

책장을 열고 대략 둘러보니 카사노바가 주인공이란다. 지오바니 쟈코모 카사노바가 full name이란다. - 소설 속에서는 쟈코모라는 호칭으로만 불리어진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것은 카사노바나 돈주앙과 동시대 사람들이 그들에게 느끼던 관심이나 호기심과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 자체로 그들은 매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무.엇. 이 있다는 것일 수도 있고..
나의 경우에는 카뮈의 입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얼핏 보수적인 일반 사람들의 관점으로 봤을 때, 쓰레기 취급을 받을 만한 그들의 삶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게 했다는 것.

지난 번 '열정'에서 산도르 마라이의 숨막히게 하는 문장들로 차마 글을 올리지 못하고 모 작가의 글을 대신 올렸는데, 이번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사랑'은 별로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접었으면 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산도르 마라이는 문장 하나, 하나에서 몸으로 머리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뻥이 심한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번역된 문장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한줄에 공을 들여 써 내려갔는지 느껴지는 문장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것은 문장하나가 단순한 생각으로 쓴 문장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다른 작가는 단순한 생각으로 소설을 쓰냐고 하면... 참.. 난감하긴 한데..^^ 그런 작가도 있긴하다.. 물론 그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그런 작가도 있다. 이 문장을 여기에 왜 썼지..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작가.. 어떤 면에서 보면 에코가 이야기한 '포르노'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쟈코모는 사랑에 빠진 적이 없을까.. 아마도 그때 사랑을 했나보지?.. 하는 쟈코모의 독백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가 사랑에 대담한 것이 사랑에 빠지지 않기때문.. 혹은 사랑을 몰라서..
과거의 연적이던 파름므 백작이 '거의'죽기 전에 와서 '사랑'이란 것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는 '거의' 죽기 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아직 정열이 남은 자신은 아직 사랑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그가 그렇게 이야기했던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낀 것. 정열이 남은 사람에게 사랑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랑에 갇히는 것이 두렵단 의미일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어느정도 맞기도 하다.
간혹 뒤늦은 미련을 가지는 사람들이 그런 전형을 보여주곤 하는데, 갇히기 싫어 도망은 쳤으나 시간이 흘러 무엇에서든 예전의 정열을 잃어버릴 무렵이되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이란 생각을 한다. 똑같은 시절, 똑같은 시간으로 돌려놓으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 분명하면서 말이다.
파름므 백작의 '정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이슈를 던지는 말이다. '사랑'과 '정열'이라는 땔 수 없는 두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한 화두인 셈이기도 하다. 사실 사랑과 정열은 거의 동의어인 것처럼 사람을 괴롭히는 데, 둘은 스스로 동의어가 아니라고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동의어도 아니니까... - 사랑과 정열을 동의어로 생각하고 사람 피곤하게 만들지 좀 말라는... ㅋㅋㅋ (농담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산도르 마라이의 주인공들은 말이 참 많다. 그리고 다들 나름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 자신의 고백처럼 들리기도 하다. 말은 언제나 행동과 다르다는 둥, 말로 할 수있는 것은 없다는 둥..
이번에는 주인공이 아예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니 말할 것도 없고. - 가만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조건부 작가인 셈이긴하다. 스스로 인지를 하던 그렇지 못하던 간에...

이전 '열정'을 다 읽고 책을 덮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다시 봐야지..' 아마 오랜 세월에 걸쳐 두고두고 읽을 것 같은 책들이다. - 내가 정열이 좀 사라지고 난 후에 보면 다음번에는 다른 사람이 더 마음에 다가 오겠지.. 수다쟁이들..의 이야기. ^^



근데 말이지...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지난 번 '열정'에 이어 이번에는 '사랑'... 좀 너무하잖아.. 원제는 그게 아니던데.. 산도르 마라이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유언, 반항아, 하늘과 땅... 등등...
모두 같은 출판사던데... 책을 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작품을 너무 믿는 건가.. 싶기도 하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