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뮤지컬 빨래 - 추민주 연출

에메랄드파도 2008. 12. 27. 16:03

삶은 계속된다...

참, 힘들고 쉽게 달라지지 않는 삶이지만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 누군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비로소 진짜 희망이라는 것이 얼굴을 내민다고.. 그것도 그럴것이 아직 기댈 언덕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절실하게 무엇을 원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 

배경은 서울 어딘가 달동네.. 
하루하루의 삶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편한 사람은 또 어디 있을까.. 결국 어떤 의미로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마찬가지인셈..
이것이 빨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하도록 만드는 힘이 아닐까..

간혹 너무 단순하고 편리하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하지만, 빨래는 아주 깔끔하고 손 쉽게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해졌다..'고 마무리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행복해진 듯이 보이나 그것 역시 수많은 날들 중 하루. 그들은 뮤지컬 마지막 장면 이후로도 또다시 하루하루가 편치 않은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눌 무엇인가가 있는 그들은 그 전보다는 조금은 웃는 날이 많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소극장 뮤지컬 치고는 꽤 장면 전환도 많고, 그만큼 출연자도 많은 편이다.
오랜 공연으로 인해 배우들간의 호흡도 무척 좋고, 관객과 함께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자칫 우울한 이야기를 웃음과 함께 보도록 하는데는 배우의 힘이 큰듯하다. 이런 공연을 보고나면 함께 2시간여 놀아준 배우들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 커튼콜때 진심으로 박수를 치게 된다는..

보는 동안 무대가 작다.. 작은 무대를 참 효율적으로 썼다..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소극장 공연을 올해로 마치고 내년에는 규모가 큰 극장에 새로 올리는 모양이다. 얼마전에 기사를 보니 임창정이 주인공을 한다고 하던데.. 임창정이라면 솔롱고와 잘 어울릴듯하다.

대한민국 뮤지컬 대상에서 작사와 극본상을 받은 작품답게, 다양한 이야기가 잘 엮여있다. 말그대로 엮였다는 것이 맞다. 마치 빨래줄에 빨래들이 수없이 엮여있듯.. 

문득 언제부터인가 보기 어려워진 빨래를 걸어놓은 풍경이 떠오른다. 유럽의 어떤 나라들은 빨래를 걸어놓은 풍경도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고, 예술이 되던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런 풍경을 싹~ 없애버렸다. 전국에 빼곡히 아파트를 지으며 어쩔 수 없이 사라진 풍경이지만, 집집마다 빨래줄에 걸려있던 빨래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풍경이었다.
뽀송하게 마른 빨래의 햇살 냄새. 맡아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