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 - 양정웅 연출

에메랄드파도 2009. 1. 1. 13:37
극단 여행자의 새로운 작품 십이야.

극단 여행자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 그러고보니 모두 세익스피어의 연극이었다. 맥베드를 원작으로 했던 '환'.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그 전에 봤던 환이나 한여름 밤의 꿈은 중대형 극장에서 본거라서 소극장에서는 어떻게 극을 꾸밀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소극장에서 연극을 본지 좀 되어 설레는 마음도 있었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였다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는..

등장인물에게 우리나라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이제 그리 낯선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이쁘고 친근하다.

이번 십이야는 노래가 매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극이다. 극을 진행하는 '가수'가 등장하고 -  이 '가수'의 역할이 좀 특이한데, 마당놀이에서 보면 관객의 입장에서, 혹은 관객과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는 인물이 한명정도 등장하여 극의 전개를 돕거나 재미를 더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과 비슷하다. 그는 극에 개입하면서도 이것이 극인지 아는 인물. - 그의 노래나 기타 반주를 통해 극을 윤택하게 한다.

초연이라 그런지 초기의 약간 산만한 느낌은 중반이 넘어가면서 완전히 정리되어 극이 끝날 무렵에는, 이제 끝나는 극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 시작할거 같은데 끝난 듯한..^^;;

아마 공연을 하는 동안에 조금씩 발전되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서로의 짜임이 조금더 안정화되면 좀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연초에 연인끼리 보기에는 괜찮은 연애 소동극이 아닐까 싶다. 
단, 세익스피어 극을 본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세익스피어는 글로 봤을때 가장 좋다는...
사실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줄거리가 같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도 양정웅이 연출하는 세익스피어는 볼만하다. 때론 세익스피어 같지 않음에, 때론 세익스피어 같음에 잊고 있던 것을 생각해내곤하니까.. 이런 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잊고 지내던 것들이 참, 많더라는..

 
그간 극단 여행자의 공연에 등장했던 배우들을 봤는데, 가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초연팀을 이루는 게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그만큼 눈에 익은 몇몇 배우는 역시나 훌륭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