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우디앨런 감독

에메랄드파도 2012. 7. 17. 01:00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우디앨런 감독


오랜만에...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영화 감상 시간..


우디 앨런의 영화가 개봉했다는 사실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무슨 영화가 개봉을 했는지, 누가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관심을 가지지 못한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번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는 그렇게 왔다. 조용히...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도 '이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보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 했는지...


영화는 대충 이렇다. 


미국 작가(내지는 작가 지망생)이 파리에서 약혼자와 결혼 준비를 하다, 그가 평소 동경하던 1920년대로 가는 통로를 알게 된다는... 그래서 밤마다 1920년대로 떠나는 여행기. 



그 곳에는 평소에 그가 존경하던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등 훌륭한 예술가들이 모두 모여있다. 

그가 황금 시대라고 생각하던 1920년대 파리이니 오죽할까... 내가 꿈꾸던 1970년대 이탈리아라고 해야할까.. ^^



간단한 줄거리만 놓고 보면 그게 뭐~~ 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매우 평이한 이야기... 상상하기 쉬운, 누구나 바래본 적이 있는 어떤 순간. 하지만 누구의 입을 통해 말해지는 이야기인지에 따라 그 방향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라는 역시 우디 앨런은 우디 앨런이라는 결론. 

언제부터 뉴욕을 떠나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던 노감독은 뉴욕을 떠난 이후, 한번도 뉴욕 시절의 총명함(?), 재기 발랄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뭔가 이건 우디 앨런이 아닌거 같은데... 내지는 이번엔 왜 파리지? 이번엔 바르셀로나? 뭐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던...


문득... 궁극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의 뉴욕은 너무 현실과 가까웠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간 유럽에서 찍었던 작품들이 하나같이 약간은 비(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용납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도시로 가서 작업을 했던 것!! - 도시가 허락하는 이야기, 그 도시에선 상상해선 안되는 이야기.. 라는 생각을 하니, 오늘의 서울에서는 뭐가 허락된 이야기인지 궁금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금지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머리에 떠오른다. 니미럴~ 서울, 대한민국..


다시 영화로 돌아와,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심지어 우아하기까지 하다. 

가장 근래에 본 영화들이 너무 현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영화들이라 더 그렇게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예술이 예술로서 의미가 있던 시절... 낭만과 철학적인 고민들이 있던 시대... - 예술도 돈이 되고, 돈도 돈이어야하는 시대를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지 새삼 깨닫는.. - 우디 앨런의 이야기처럼 언제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과거의 어떤 황금시대를 동경하는 걸까? 1920년대를 살던 사람들은 1800년대를... 1800년대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어떻게 생각해보면, 우디 앨런의 말이 얼마는 맞을 지도 모르겠다. 우린 지나온 모든 황금시대의 수혜자들이니 그렇게 그 시절을 그리워할 것도 없지 않나.. 단지, 그 황홀한 황금시대를 돌아볼 시간이 없는 것이.. 그걸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이 문제일뿐.. 


근래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들으며, 시간이 흘러도 예술은 예술이구나.. 싶었는데.. 

오랜 기억을 더듬어 클래식을 뒤적이고, 재즈를 찾아듣다가도, 이디오테잎(idiotape)의 음악으로 돌아오는 것이 역시 나는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긴하다.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Midnight in Paris 
8.1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정보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스페인 | 94 분 | 201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