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樂 (락)

옛사랑 - The Story of Musicians (2006.10.11)

에메랄드파도 2009. 1. 2. 01:13


옛사랑 - The Story of Musicians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에 이영훈씨의 인터뷰기사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항상 이영훈씨가 한번쯤 해줬으면 했던 작업이 있었다.
그것이 옛사랑 앨범의 컨셉과 같다. 이문세의 보컬이 싫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간혹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젊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이영훈씨의 노래는 많이 있었지만, 그런것말고 이영훈씨가 직접 손을 댄 걸 듣고 싶었다. 그게 이번 앨범이다. - 한장 더 나올 예정이란다.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곡은 임재범이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다. 임재범의 목소리와 편곡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대학로를 새벽에 산책하다가 작곡했다고 하던데, 이번 편곡의 도입부에서 첫 싸비가 나오기 전까지의 느낌이 딱 그렇다. 인적이 뜸한 새벽의 대학로를 걷는 그런 느낌. 가만히 들으면 약간 몽롱하기도 하고, 약간 환상적인 느낌이 뭍어나기도 한다. 그런 느낌을 이끄는 것의 50%이상은 역시 임재범의 목소리. 

이승철이 부른 영원한 사랑이 두번째 곡이다. 아마 곡을 아는 사람이라면 듣기 전에 이승철에게 딱~이겠다. 하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오히려 너무 이승철스러워 이영훈이 드러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다시 만나요~'에서는 '그래.. 이영훈 노래 맞네' 싶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한곡 한곡 전부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네.. 흠..

가장 인상적인 곡은 클래지콰이의 애수였다. (급마감을 하려는 노력..) 아주 클래지콰이스럽게 했으면서도 원곡이 살아있다. 처음 곡을 들을 때 감탄사를 몇 번 뱉었는 지 모르겠다. 일렉트릭 피아노의 가벼운 소리가 우울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맬랑콜리한 곡 전개와 부딪히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것이 중독성이 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귀 기울이면 그럴수록 싸악~ 간다. 역시, 클래지콰이였다. 물론 원곡이 가지는 분위기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런데 이건 뭐냐~ 하는 곡이 있었으니.. 모 댄스 그룹 출신이 부른 곡이다. 어떤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이영훈씨가 괜찮게 생각하는 보컬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니었다. 하긴 난 그 친구가 부른 곡은 다 싫어하는구나. 아니, 제대로 신경써서 들어본게 이번이 처음이구나. 신경써서 들어본 결과, 나와는 친해질 가능성 전혀 없어보인다. 

그밖에 나름 아쉬운 곡이 있었는데, 이소은과 김연우가 부른 슬픈 사랑의 노래다. 개인적으로 이영훈씨의 곡중에 가장 훌륭한 곡이 아닌가 싶은 곡인데... 어떻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최고라고 생각된다. 이영훈씨의 소품집에서 연주곡으로 들으면 더 확실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원곡은 이소라와 이문세가 불렀는데 그것도 괜찮다. 이소은과 김연우도 괜찮다. 그게 아쉽다는 거다. 언제쯤 슬픈 사랑의 노래는 이 사람 둘이 부르는 걸 들어야해.. 라고 말할 수 있으려라. 그렇다고 두 팀의 노래가 나쁘지는 않다. 곡이 워낙 좋으니까.. 가끔은 처음부터 사람이 부르는 걸 염두하지 않고 만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누군가 잘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앞에서 한번 불러줬으면 좋겠다. ^^ 

SG워너비가 부른 소녀는 왜 SG워너비가 그렇게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지 보여준다. R&B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를 깨닫게 한다. 모 댄스 그룹출신 보컬리스트도 나름 R&B라며 징징대며 노래를 했다. 이거 내가 젊은 친구를 너무 싫어하는거 같네..^^

박선주의 가을이 오면, 정훈희의 사랑이 지나가면, 나윤선의 기억의 초상, 버블시스터즈의 붉은 노을,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 여러명이 함께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 모두 좋다. 버블시스터즈의 노래를 제외하고는 보컬리스트가 그 노래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 버블시스터즈도 짐작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내가 별로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말을 못하겠다. - 나윤선의 기억의 초상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기억의 초상의 좀 어정쩡했던 기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전문 재즈보컬리스트가 부르는 기억의 초상. 들어봐야 한다. 말로는...

이 앨범에 어떤 노래가 수록 됐나 확인하던 순간. 가장 처음에 내 눈을 잡았던 노래가 있다.
박완규의 다시 만나리..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고, 이문세 아저씨에게 조금.. 아주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노래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박완규라면, 가능하겠다 싶었던 것이 있어서.. 그런데 이문세 아저씨의 아쉬움은 박완규가 채웠지만 박완규는 다른데서 비네.. 아이고~ 아쉬워라~~ 잘 할 수 있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요즘은 이문세의 신곡보다도 이영훈의 작업이 더 기다려진다. 내 젊은 날의 기억중 많은 부분을 그의 곡에 기대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박완규 -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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