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김지운 감독
촬영 때부터 참 말도 많고, 기대도 많았던 영화였다. 실은 영화는 개봉한 다음 날 봤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서야 끄적끄적.. 개봉한 날 봤나? 기억이.. 뭐.. 중요한 건 아니니..
사랑이 뭔지 알려면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보면 되고, 스타일리쉬한 영상이 뭔지를 알려면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보면된다. 스타일리쉬한 영상은 박찬욱을 비롯한 몇몇 감독도 보여주기는 하지만 한없이 폼잡기에는 반대편에 놓을 만한 감독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굳이 반대편에 놓자고 하면, 류승완 감독정도가 있을까.. 조금 느낌이 다르긴한데... 암튼..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히 그 가공할 폼잡기는 빛을 발한다. 뭐, 폼을 잡지 않고 그냥 찍어만 놔도 폼나는 배우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폼잡기 좋은 설정에 앵글이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거 아닐까..^^
많은 생각말고 기분 좋게 즐기면 되는 영화다. 그리고 즐길만하다. 즐기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서 유난히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달파란이 만들어낸 음악이다. 그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면 겪은 그가 근래에 대중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것이 영화음악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동안 내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무엇인가 빠진 듯, 혹은 너무나 달파란 같지 않은 그래서 당황스럽던 기억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번은 아니다. 귀에 확 들어오는 리듬과 멜로디. 역시 달파란은 있었다 싶은...^^ 그동안 혹 내가 너무 무심해, 너무 부주의해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주연배우 셋을 가지고 작업을 한 김지운감독은 힘들었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즐거웠다. 김지운감독도 즐거웠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셋의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 잘 살았다고 해야할까.. 감독도 즐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이유.
만주벌판을 달리는 수많은 우리나라 배우들을 보며 속이 확~ 트이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과 함께 왠지모를 안타까움이 있었다. 오래전 이육사님의 광야를 처음 읽었던 기분이 그랬었나.. 21세기 스타일로 써내려간 시? 지나친 이야기?
예술은 결국 스타일이다라던 누군가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스타일이 사고이자 사상이기도 하니까,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족. 언젠가 케이블TV에서 김지운 감독에게 마이크를 들이 대며 물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질문을 받은 김지운 감독은 정색을 하며 한마디 한다. "그걸 왜 나한테... 허진호한테 가서 물어봐..." 이날 이후, 난 김지운 감독을 생각하면 언제나 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걸 왜 나한테...^^ 허진호...ㅋㅋ 허진호 감독 참 징하게 사랑이야기하지.. 지긋지긋한 사랑이야기.. 그래서 스스로 사랑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