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히어로라고는 하지만 내 기억에서는 음울하고 고뇌하는 팀 버튼의 배트맨뿐이다. 배트맨 시리즈 이어지면서 나는 팀 버튼과 달라.. 라고 이야기하려는 노력은 많이 있었으나, 팀 버튼에서 완전히 벗어난 배트맨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 역시 영화는 감독...^^ 지난 번 배트맨 비긴즈도 비교적 좋은 평을 받았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비긴즈였구나 싶기도 하고... 팀버튼의 배트맨이 아니라 놀란의 배트맨의 시작이라는...
다크나이트의 원작자체도 배트맨 시리즈 중에 완성도가 가장 높은 단행본이었다는 평이 있었던 만큼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다.
절대자에게 번번히 좌절당하는 사람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 혹은 운명에 대해 맞서는 인간의 두가지 성향에 대한 퍼즐 맞추기.. 그래서 조커는 너는 나를 완전하게 해.. 내가 없으면 너도 없다. 라고 말했나보다. 결국 둘이 언제나 공존하는 하나라는 거.. 대사가 맞나.. 아마도 영어 대사로는 더 명확할텐데, 기억이 나지 않네.. 뭐.. 어찌되었든.. 의미는 그런거였다는거.. (이런 거 검색하는게 이제 너무 귀찮아..^^;;)
크리스토퍼 놀란의 각본이나 연출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건, 이러한 태도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눈에 보이게 구조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면으로 보면 다르게 읽힐 가능성도 열어두게된다. - 아마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조커가 절대자고 그로인해 드러나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고.. 조커는 스스로 일을 해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마지막 선택은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 너희들의 어리석음, 두려움, 마음 속의 악이 버튼을 누르고 서로를 죽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자라고 하면서 항상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처럼.. - 뭐, 그것이 조커가 배트맨에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한편 이런 저런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를 떠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다크나이트의 고담시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찌나 비슷하던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욕심에 반하여 정의라는 것, 선이라는 것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려면 얼마나 많은 결단의 연속이어야하는지.. - 그냥 눈 딱감고 이쪽으로 손을 잡으면 세상살이 참 편해지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손 잡지 않으니 돌아오는 것은 어려운 결단의 연속일 뿐이지.. 고단한 삶일 뿐이지.. 한번 가는 인생 배부르고 등따시면 그만이지.. 참, 힘들게 산다..ㅋㅋ - 참, 힘들지? 덴장... 그럴 줄 몰랐냐?
해서 흥미진진한 조커와 배트맨과 하비의 형이상학적인 존재론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가 없었다. 자꾸만 현실이 오버랩되어서..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아주 미친 병이다.
히스 레저의 조커를 보며 새삼 참 많이 아쉬웠다. 진짜 미친 듯 연기하던데.. 하긴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지... - 개인적으로는 잭 니콜슨의 조커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조커였다. 불안하고 불완전한 듯한 태도와 눈빛.. 연극적인 잭 니콜슨 보다 더 정신병적인 그 느낌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