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고란 브레고비치 - 웨딩 앤 퓨너럴 밴드 (20050627)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1:49
고란 브레고비치(Goran Bregovic),
 
웨딩 앤 퓨너럴 밴드(Wedding & Funeral Band)

내가 올해 지금까지 본 공연중에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감히 잘라 말할 수 있을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를 통해서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실제 공연을 보고 이렇게까지 열광하게 될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음반으로 들을 때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에는 연주가 정교하지 못 하다는 미련한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고는 알았다.
그게 그 음악이 진짜 맛이었다는 걸. 정교하게 짜서 녹음하지 않은 것 뿐이었다는 걸.

브라스가 주는 풍성한 감성의 음색과 알아들을수는 없으나 집시의 언어로 불리어지는 보컬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심장으로 향하는 것 같다.
심장에서 맴돌며 피를 따라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 후~~ 음악을 들으며 가끔 진정을 시켜줘야한다.

이들의 브라스 연주는 재즈나 블루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훨씬 더 원초적이라고 해야할까? 더 직설적이라고 해야할까?


발칸의 비틀즈라고 하는 비옐로 두그메의 리더로 발칸지역의 모든 음반 판매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고란 브레고비치는 성공한 대중음악가가 어떻게 진정한 아티스트로 진화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팜플렛 소개글에 발칸의 서태지라는 표현은 좀 웃기긴 했으나, 또 모르지.. 서태지가 저 나이되면 저렇게 멋지게 공연을 할지도.. 지금도 훌륭하지만...^^)

그의 공연을 하는 태도나 자의, 타의로 살아온 그의 삶이 더 진정성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 보헤미안이라면 딱 더도 덜도 말고 저런 사람, 저런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본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밴드를 향해, 혼자의 흥에 겨워 보여주던 손짓, 몸짓이 아직 눈에 선하다. 
자기가 있는 동네에서는 결혼식과 장례식에 초대되는 밴드가 가장 훌륭한 밴드라는 소개를 하며 장난스럽게 연주하던 모습들도...


엉덩이 무거운 우리나라 관객들이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같이 즐기자고 하는 듯 하는데 자꾸 자리에 앉아버리는 사람들.. 다음 공연에는 좀 다리힘도 있고 튼튼한 사람들이 많이왔으면 좋겠다. 
이런걸 보면 나 아직 록 콘서트에 가서도 풀타임으로 즐길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는 그게 안될거 같아서 선뜻 가기 어려웠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