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P.F.M. (20060510)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1:53
 P.F.M.(Premiata Forneria Marconi)

 내 학창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줬던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이들을 빼고 이야기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너도 어둠을 벗어나, 광명의 세계로 오렴..”이라는 말과 함께 친구가 건넨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었던 음악들. 과장된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분명 광.명.이 맞았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70년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의 음악들. 뭐 그걸 음악적으로 어떻게 분류를 한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한번도 그들의 연주를,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 항상 기대는 했지만, 이미 오래 전 음악이고 지금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확인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던 중에 기회가 한번 왔었는데, 2002년에 로저 워터스가 공연을 했을 때였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로저 워터스가 공연을 하고 있을 시간에 나는 회사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하긴 내가 예매해서 양도했던 표 덕분에 친구 녀석 하나가 가정을 이뤘으니 그리 억울해해서는 안될 일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그 시절의 음악과 나와의 인연은 끝을 보이는 듯 했는데…

 

 오늘 P.F.M.이 내게 왔다.

 

 이탈리아 프로그래시브 록 그룹 중에 몇 손가락에 들어갈만한 그룹이다. 공연 계획을 확인하고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 이러니 공연을 보기 전에 이미 난 반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게 맞을 거다. 이제 나이도 먹고 해서 예전 같지 않으면 어떻하냐는 걱정 따위는 들리지도 않았다. 

공연시작부터 우리는 달라하는 것을 보여주듯 정시간을 10여분 넘겨서 시작했다. 우리나라 콘서트나 공연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모 아트센터에서 정시에 공연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경우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사실 좀 짜증이 나긴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된 후에는 늦게 시작하고 뭐도 다 필요없었다.

뭐랄까.. 아주 정교하게 돌아가는 맛은 없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마음을 자극하는 그런 공연이었다. 흔히 하는 말처럼 호소력 짙은 연주와 노래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런게 원래 공연의 맛이 아닐까 싶다. 너무 완벽한 호흡의 연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마음에 직접적인 위로가 될 수 있는 연주. 더구나 그것이 프로그래시브 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 어렸을 때,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피아노 연주를 놓고 몇몇 평자들이 너무 테크닉이 완벽해서 감정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둥의 이야기를 늘어놓을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다. 그때는 폴리니만큼 완벽할 수 없기에 생기는 시기같은 헛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꼭 그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이건 세월이 이제서야 가르쳐줬네 그려...

그리 층이 넓지 않은 음악이긴 하지만 공연에 온 사람들만 놓고 보면 오히려 Pat metheny보다 열광적이다. 자주 작정하고 온 듯하다. ^^ 그래서 더욱 즐거운, 무슨 컬트공연같은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잠시 이야기했는데, 저 나이가 되서도 저렇게 정열적으로 살수있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The show must go on~!! 이보다 더한 포퍼먼스도 없을 듯하다. 그 나이에 무대에서 그렇게 쉬지 않고 뛰고 소리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모든 것이 꽉 충전되는 느낌이다. 좀더 미친척 살아도 좋을 듯하다. 아니, 미쳐서 살아야한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지 않나..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노래는 역시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로 하는게 멋지다.

P.F.M. - Suonare Suon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