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미스 사이공 (20060822)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03


미스 사이공

날이 참 맑은 날이었다.
남부지방에 걸려있는 태풍의 마지막 흔적으로 인해 강한 바람이 먼지를 다 날리고, 구름도 멋지게 만들어버렸던 날. 사진기를 가지고 나갔다면 연신 셔터를 눌러댔을 날이었다. 이런 날 나들이거리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성남아트센터로 갔다.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으로 보는 2번째 공연.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4대 뮤지컬이니 뭐니 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 법하더라는 것. 사람들에게 쉴새없이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해준다. 조금 쳐진다 싶으면 대형 춤장면이 나온다거나, 그것이 좀 지루할 법하면 감성적인 노래가 나온다거나...
하지만 무엇보다 신선했던 건 비장한 느낌마져 드는 곡들이었다. 비장감과 신선함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내가 들었던 바로는, 일반적으로 말로 떠는 기준으로는 비장한 느낌과 뮤지컬은 친하지 않은 사이인데.. 물론 요즘에는 나름 무거운 주제를 가진 뮤지컬도 곧잘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찌되었든, 침통하고 우울하지는 않으나 비장하고 힘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이 귀에 들어왔다. 꽤 남성적인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주인공은 여자이나, 곡의 느낌은 그리 여성적이지 않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미스'라고는 하지만 그런 시기를 사는 여성이 여성적이기만 해서는 어려운 삶이었으리라.
생각보다 각 캐릭터의 느낌도 잘 살아있고, 줄거리도 탄탄하다는 생각이다. 오페라의 유령만 하지는 않지만... - 물론 보지는 않았지만 처음 줄거리를 듣고서 오페라의 유령은 진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개략적인 줄거리만 듣고, 대충 만들어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취향에 맞는 이야기었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다른 대형 뮤지컬 공연을 보지 않은 상황에서 무대라든가, 규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위험하지만... 미술이나 규모면에서는 말그대로 대형 공연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단, 그 유명하다는 헬리콥터 장면은 좀 약하다 싶었다. 헬리콥터 장면이 약하다 싶었다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거기가 클라이막스니까...  하지만 약하다고 하는 것은 비쥬얼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음악적인 면에서는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비쥬얼적인 것도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지, 이야~~ 하길 기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에이~ 뭐니~ 싶었다는 것. 그래도 내게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귀에 들리는 게 중요했으니까..

배우 중에서는 크리스 역을 맡은 '마이클 리'와 엘렌 역을 맡은 '김선영', 투이 역을 맡은 '하지원' 등이 인상적이었다. 마이클 리는 우리나라말이 서툴어 대사 전달에 문제가 있다는 사람들의 평을 듣기도 했지만, 아주 매력적인 친구였다. 말을 모르면서 부르는 노래로 생각하기엔 감정 처리도 무척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하지원씨는 무엇보다고 노래를 무척 잘 한다는 인상이었다. 목소리도 좋고, 성량도 풍부하고... 감정처리는 좀 거칠지 않나 싶기도 했는데, 투이 역이라면 그것이 맞는 선택이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김선영씨에게 반했는 데, 듣는 사람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이긴 하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노래의 강약도 조절하고, 약하고 부드럽게 고음처리도 할 수 있는 배우같았다. 감정을 100% 실어 노래한다는, 호소력있게 들린다는 것. 그런데 아쉬운 건 연기... 뭐 연기라고 할만 한 것 자체가 없긴 하지만, 무대에 서는 배우는 동작 하나를 해도 저 친구 기본기 훈련이 얼마나 됐나가 딱~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동작은 다 좋았다는 건 아니다.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서... 그래서 연기도 더 잘 했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참, 괜찮은 뮤지컬이지만 다시 공연을 하게 되면 또 보러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것은 아마 오페라 '나비부인'을 두번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 몇몇 아리아는 가슴저리도록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서양 애들은 동양적인 무엇있다고, 오리엔탈리즘이 어쩌구 하면서 말할지 모르겠지만 매번 보고 나면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것이 서양에 대한 열등감이나 피해의식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입장이 바뀌어 - 이게 좀 애매한데, 동양과 서양의 논리로 보면 난 피해자고,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입장이 바뀌어서 가해자라도 난 유쾌하게 보지는 못할 것 같다.

또, 또, 또...
말이 길어지니 헛소리한다.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