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고란 브레고비치의 '해피 엔딩 카르멘' (20060908)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05

고란 브레고비치의 집시 오페라 - "해피엔딩 카르멘"

고란 브레고비치가 새로운 공연을 가지고 방한했다. 
어떤 것을 보여줄지 그냥 기대하고 보라고 한다. 자신의 대표적인 영화음악들을 기대하고 공연을 보러 오면 실망할 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줄테니 한번 기대해보란다.
결론적으로만 보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아무래도 그의 영화음악들에 익숙한 관객들은 조금은 사설이 긴, 집시 오페라라고 이름 붙은, 공연은 만족스럽지 못 했을 것이다. 더구나 점점 시각적으로 화려해지는 공연들에 익숙해져가는 사람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듯 하다. 물론 나도 조금은 낯설기도 했고, 너무 무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시작해서 한동안은 좀 당황스러워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래도 고란 브레고비치의 음악은 여전히 강력한 마력으로 마음을 휘어감아버렸다. 오히려, 그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불만일정도로.. 그리고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연출만 조금 손을 보면 더 좋을 것 같네.. 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역시나 기립박수를 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머리 속에서는 얼마전 TV다큐를 통해 본 옛 유고 연방의 문제들과 고란 브레고비치와 집시와 에밀 쿠스트리차가 한꺼번에 뒤섞여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음악 속에서 만큼은, 예술 속에서 만큼은 분명히 자신의 영토를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듯한 사람들. 수많은 구호와 이념과 사상보다 인.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오랜만에 어릴적 꿈꾸던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도 되었고..

공연이 노천극장이나 우리나라 마당놀이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 훨씬 멋지고, 훨씬 깊이 즐길수있지 않았을 까 싶다. 그래도 앵콜로도 단 한곡 해주지 않은 것은 못내 서운했다. 놀다 만 느낌이 들어서 영 찝찝했단 말이지.
불안 불안했는데, 역시 성남아트센터에서 했던 콘서트 형태의 공연을 봤어야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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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가방 > - '해피엔딩 카르멘' 中

사랑, 당신의 달콤한 사랑은 마치 집시 새와 같습니다.
때로는 혼자 날기도 하고 때로는 나와 함께 날아 오르기도 하죠.

당신이 혼자 들고 가거나 내가 혼자 들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삶은,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

삶은 말이에요.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
혼자서는 들고 가기 힘든 여행가방이요.

당신이 혼자 들고 가거나 내가 혼자 들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삶은,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

힘, 당신의 온화한 힘은 집시가 타고 다니는 기차와 같아요.
때로는 황금으로 만들어지고 때로는 녹슬어서 멈춰버리는 집시 기차요.

당신이 혼자 들고 가거나 내가 혼자 들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삶은, 무거운, 아주 무거운 여행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