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고도를 기다리며 - 임영웅 연출 (20061110)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09

 
고도를 기다리며 - 임영웅 연출

내가 처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었던 것은 아마 군대 생활을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이후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슬럼프에 빠진듯한 느낌이 들때면 언제나 '고도를 기다리며'를 꺼내 들었다. 이유는 알수없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동안 고민이 있었다면 고민이 해결됐고, 슬럼프였다면 새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겨나곤했다. 그래서 매번 책을 덮을 때면, 책을 펼때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이 희곡이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누구든 이런 책을 한 권쯤 가지고 있는 것은 행운이다. 그런 면에서보면 난 참 운이 좋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극으로 본적은 없었다. - 물론 독서용 희곡도 있다고는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는 공연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러던 것을 이제서야 공연으로 봤다. 베케트 탄생 100주년이라는 기사를 본 연초부터 올해는 꼭 할 것이라고, 그리고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ㅋㅋㅋ

기대가 커서 혹시 실망을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극단 산울림의 '고도...'가 아닌가.. 

처음에는 조금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한동안은 내가 대사도 대충 기억을 하니까, 그래서 내가 상상한 느낌이 너무 또렷히 기억나니까 어쩔수없는 일이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괜히 극단 산울림의 대표 레퍼토리가 된 게 아니었다. 몇몇 장면은 내 상상보다 훨씬 강열했고, 몇몇 장면은 내 상상보다 훨씬 유머러스했다.

연극을 보고 나면 희곡을 다시 한번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 좀더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추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여서다. 이 여운이 사라질 때 쯤이면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그러면 또 새로운 '무엇'인가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