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필로우맨 - 박근형 연출 (20070506)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12
 


필로우맨 - 박근형 연출

최민식,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이 정도 라인업이면 아무 생각없이 선택을 해도 볼거리가 있다. 배우만 보더라도 볼만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나 기대한 것 이상이다.
최민식씨는 처음엔 조금 약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게 맞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최민식으로만 보이던 최민식은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카투리안이 되어간다. 그리고는 끝날 무렵에는 처음부터 카투리안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끔한다.
다른 배우들은 말하나 마나 딱이다. 유독 최민식씨에 대한 이야기를 한건 혹, 영화 연기에 익숙해진 무엇.인가가 나오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좀 갸웃둥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역시 훌륭한 배우의 풍모가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 강력했다는 점.

작가인 마틴 맥도너는 필로우맨을 마지막으로 영화판으로 갔다고 한다. 마치 연극 작가로서의 마지막 고해같은 작품을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든, 어떤 창작자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녹아낼 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멍청한 작가는 없다는 대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결국 그 작품도 자신에 대한 은유라면...
카투리안의 절규처럼 내 작품에는 아무런 의도나 상징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하며 그 속의 은유나 상징을 찾아주기를 바라지 않던가.. 스스로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뭐, 사실 이건 거짓이기도 하고 진실이기도 하다. 독자 몫이라고 하지만 독자가 해석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글을 쓰는 작가는 거의 없다. 아주 멍청한 작가를 제외한다면.. 이런 저런 상황이나 그것의 해석에 대한 고려까지 모두 해가면서 글을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저 이야기일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반 이상은 거짓일지 모른다. 그렇게 머리 굴리고, 계산해가며 쓰지 않고 싶었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정도로 이해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어졌는데, 작가가 주인공인 작품이나 창작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은 작가 자신의 꾸미지 않은 모습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렇게 다른 사람 이야기만 하는 듯하던 사람들이 어쩔수없이 고스란히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라고 대놓고 말하는 순간 같은 느낌이다. 사실 항상 주인공 뒤에, 멀리 숨어있기만 하던 사람들이...

마틴 맥도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이번 연극을 보러가기 전에 잠시 서핑해본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영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을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말초적이다, 깊이가 없다, 등등의 비난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필로우맨만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이 없지는 않아보인다. 더구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뽑아내는 방법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보인다. 말하려는 주제가 무엇이든 그것을 흥미진진하게 뽑아낼 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쉽게 배울 수 없는 기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연극을 봤다. 아주 괜찮은 연극봤다. 희곡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는데.. 쩝.. 번역본은 없을 듯하고.. 사실은 괜찮은 사람이 있음 한번쯤 다시 보러가도 좋을 법한데 말이다. 보여줘서 뿌듯할만한 사람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