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燕 (연)

로이 하그로브 퀸텟(Roy Hargrove Quintet) (20070904)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16

로이 하그로브 퀸텟 (Roy Hargrove Quintet)

누군가 말을 한다. 재즈 매니아라면 로이 하그로브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실력이 좋은 건 그렇다치지만, 그렇다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관악기를 남달리 좋아하는 사람의 귀에는 여간 듣기 좋은게 아니다. 하지만 난 재즈 매니아는 아니다. 가끔 생각날때만 듣는, 간혹 아는 사람만 듣는 정도니까... 하지만 맞은 편에 세울 만한 사람이 없다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만했다.

공연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을 하긴 했는데, 퀸텟 멤버소개. 이걸 말을 한걸로 봐줄수는 없지 않은가.
쉬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고 계속 연주... 연주... 연주...
몇곡 하지도 않았는데, 끝이란다. 어이가 없어도 이렇게 어이 없는 경우가 있나...
하지만 시계를 보니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 모양이다. 옆 자리 사람도 시계를 들여다보고 뭐야.. 벌써 끝이야..하며 중얼거리더라는거..

처음엔 그랬다. 아무리 천재적인 뮤지션이라고 해도 연륜이 있어야한다. 음악은 그런거라고.. 젊은 천재가 할수있는 것이 있고.. 연륜이 뭍어나는 천재가 하는 것이 있다고.. 그리고 연륜이 뭍어나는 천재의 연주가 진짜라고..
첫 곡 시작하고 한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상념들로 머리 속이 복잡해져서는 결국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존 맥러플린이 진짜 최고였어... 라고 멍하니..
 
하지만 그 한동안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뭐, 모든 사람이 존 맥러플린 같을 필요야 있겠어.. 어쩌면 지금이 전성기일지도 모르는 것을..(농담이고...) 결론은 머리속을 떠돌아다니던 잡 생각들이 확~~ 달아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그리고는 온전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좋아. 연주에 몰입하는 연주가도 당연히 좋겠지만 더불어 무아지경으로 빠지는 관객도 좋다.

한참을 빠져있었다. 진짜로 소리에 온전히 빠져버렸다. 폭~~



음악을 하나 올려놓으려고 했는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공연을 보고 불법 다운로드를 시도하면 참 다운받기가 어렵다.^^ 공연 보고와서 다들 다운로드 하는 건 아니겠지...흐흐

하마터면 오늘 공연 못갈뻔했다. 점점 정신이 없는 머리가 이제는 예매한 공연시간도 까먹는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다행이지 잘못하면 예매한거 까먹고 술먹으러 갈뻔했다. 푸하~ 그것도 퇴근시간 10분전에 생각났다니까.. 내참.. 술마시다 생각났으면 어쩔뻔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어찌되었든, 오랜만에 기분 좋은 밤이 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