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0 ('04.2.27~'08.11)/冊 (책)

김훈씨의 인터뷰를 보다. (20050822)

에메랄드파도 2009. 1. 4. 22:53
TV를 통해 작가 김훈씨의 인터뷰를 봤다.

김훈씨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간간이 봤던 글은 항상 인상적이었다.

딱 적절한 단어와 적당한 표현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소설을 쓰는 작가이든, 영화를 만드는 작가이든,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든.. 작가의 인터뷰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의 인터뷰도 그랬다. - 물론 아직 온전히 한편의 소설을 읽은 적은 없지만 읽게 된다면 이해의 폭이 넓을 것은 분명하다.

새롭게 인식하고 깨닫게 된 부분들도 많았고 나는 참 '그 까이꺼 대충'하면서 살았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에 부끄럽기도 했다.

역시 중요한건 어떤 현상, 사실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하고 그것에 대한 분명한 자신의 의견이 있는 것이다.

김훈씨의 말처럼 명확한 인식이 더 중요하다. 명확한 인식없이 자신의 의견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인지... 헛똑똑한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로 듣기에 충분했다.

젊은 사람도 작가님같은 나이가 되면 그렇게 되겠죠..라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말을 일언지하에 그건 아니죠. 젊어도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죠. 라고 말하는 것에서는 맞아.. 라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열하게 현상에 대해, 사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겉멋들어 의견만 개진하려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젊기때문이라는 핑계로 합리화하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된 것일거다.

프로그램의 제목은 이금희가 만난 사람이었는데, 인터뷰는 줄곧 우문현답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처음에는 재미로,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짜증으로 반응할수밖에 없었지만... - 진행자의 고집인지, 웃기려고 한건지, 딴지를 걸어 김작가의 내면깊이에서 터져나오는 의견을 듣고 싶었던 건지, 말길을 못알아 듣는 건지..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 저러면 쓰나~~ 싶을 정도였으니..

역시 토크쇼나 인터뷰는 어렵다. 생각의 깊이가, 내공이 비슷한 사람이 만나도 쉽지 않은데, 그 균형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참 곤란한 상황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현답에 현답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김훈씨의 소설은 앞으로 봐야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나오는 소설들도 매우 훌륭한 평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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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씨가 자신은 양반이 아니라고 중인집안이었다고 말하면서 - 할아버지가 한의사였다고 한다. 한의사는 그 당시에는 중인이라며.. - 사대문안에서 한의사일을 하던 서울 집안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래서 서울 깍쟁이라면서..
경우가 바른거죠. 경우없이 구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고 스스로도 경우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다른 지방 사람들이 보기엔 깍쟁이처럼 보이죠. 은근 슬쩍.. 대충 넘어가는 거 없으니까.. 친한 사람들끼리도 경우 지키고 분명하게 행동하니까.. 깍쟁이처럼 보이는 거죠. 라고 말하는 데 한참을 웃었다.

김훈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기이한(?), 혹은 놀라운 에피소드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한방에 알게 해줬다.

이렇게 깍쟁이처럼 구는 사람본지 참 오래됐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내가 진심으로 참 좋아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